[한마 아고라] 에밀과 숲 유치원
[한마 아고라] 에밀과 숲 유치원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6.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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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을 개원한 지 20년이 지났다. 루소의 『에밀』을 읽고 내가 꿈꾸는 아이들의 세상, 루소가 이루고자 한 자연 상태의 교육을 코오롱한샘유치원에서 이루고자 다짐하고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숲으로 간다』 라는 책을 지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숲속에서 놀잇감을 찾아내는 것을 보면 매번 감탄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별로 특별하지 않은 나뭇잎, 돌멩이들도 상상 속에서 특별한 장난감으로 탄생한다.

  계곡은 둘도 없는 놀이터다.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서로 첨벙거리며 물만 튕겨도 까르르 웃음꽃이 만발한다. 숲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선물 같은 공간이다.

  얼마 전 부모 교육 시간에 30~40대 엄마들에게 물었다.
  “공기놀이를 해보셨나요?”
  “그럼요.”
  “공기는 어디서 구했나요?”
  “문구점에서 샀어요.”
  어쩌면 공기를 어디서 구했냐는 내 질문이 의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공기놀이를 한다면 다들 문구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모양의 공깃돌을 생각할 것이다. 이런 똑같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면서 창의력이 키워질 수 있을까.

  숲반 아이들에게 공기놀이에 쓸 공깃돌을 골라와 보라고 하면 전에 없이 진지한 얼굴로 숲속의 돌을 고르고 다닌다. 손이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도 아프지 않을 만큼 둥글고 모가 나지 않은 돌을 찾는 것이다. 너무 무거워도 안 되지만 너무 가벼워도 안 된다. 너무 커도 안 되고 너무 작아도 안 된다. 각자의 손에 맞춰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 돌을 고르는 것이다. 이 과정이야말로 진짜 놀이가 아닌가? 그러면서 아이들의 자아가 쑥쑥 커간다.

  마당에서 키우는 동물들은 최고의 친구들이다. 숲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기르는 닭이며 칠면조, 거위, 오리, 토끼, 고양이 등 여러 동물들을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소중한 경험을 선사한다. 산속 여기저기에 낳은 달걀을 찾아다니며 닭의 습성을 익힌다.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똥을 치우며 토끼가 살아 숨 쉬는 생물이라는 것을 안다. 거위에게 물려본 아이들은 거위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동물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운다. 생명으로서 동물을 겪어본 아이들은 반려동물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장난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생명체임을 깨닫는다.

  아이들의 창의성은 장난감이나 교구에 갇히지 않았을 때 비로소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의 생김새가 각양각색이듯이 생각 또한 제각각이다. 그런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 앉아 같은 교구를 가지고 진행되는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받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슬픈 일이다. 꼭 숲 유치원이 아니더라도 좋다.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조갑련(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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