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오랜 정적과 어색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월영지] 오랜 정적과 어색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2.06.0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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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에게 없어서 안 될 물건 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이어폰이나 에어팟, 헤드셋을 비롯한 음향 기기라고 생각된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원하는 목적지로 가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나도 매일 아침 버스를 타기 전 이어폰을 챙겨 나왔는지 습관처럼 확인하고는 한다. 만약 챙기는 걸 잊어버렸다면, 그날은 최악의 하루가 되어버리고 만다. 오랜 시간을 심심해서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나뿐만 아니라, 나의 주변 이들에게도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게 아니더라도 조용하거나 어색한 상황에서 불편함을 덜기 위해 음향 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본인에게 익숙한 소리를 들음으로써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편안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니 습관처럼 이어폰을 찾는다. 문제 되는 행동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으로 인해 조금의 아쉬움이 존재할 때가 있다.

  나는 우리 대학의 한 학우지만, 학보사의 편집국장으로서 강의실보다는 기자실로 발걸음을 향할 때가 잦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기자들이 나를 반겨주고는 다시 본인의 할 일을 한다. 수습기자가 들어오고 난 이후는 학보사 내부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기자 간 친밀도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력이 큰 시너지를 얻어 발현되는 걸 바랐으나, 이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습관처럼 “여러분, 도대체 언제 친해질 건가요?”하고 농담을 하곤 한다.

  마음의 문은 스스로, 그리고 관계를 맺는 사람과 함께 열어가야 하는 것이니 나의 외침이 크게 가닿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기자실과 연결된 국장실에서 나올 때면 조용함과 삭막함에 내가 더 압도당하는 듯하였다. “모두기자실에 들어오면 이어폰을 끼고 있으니, 말을 걸기가 어렵고, 설령 말을 걸었다고 해도 못 듣는 경우가 많아서 포기했어요.” 고민에 빠져있던 나에게 한 수습기자는 이런 말을 해왔다. 물론 지금은 서로 간의 소통과 교류가 원활한 편이지만, 이 사례로, 현대의 기기들은 어색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단 점을 알게 되었다.

  모두가 귀를 틀어막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화로 풀어가며 상황을 빠르게 풀어가지 못한다. 그러니 계속해서 어색한 환경이 조성되고, 풀어갈 타이밍을 놓치게 만든다. 더 악화될 시에는 이러한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탓에 굳어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이란 기술이 대부분의 이어폰에 삽입되어 바깥소리를 아예 차단해준다. 덕분에 이어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던 소리마저도 없애 주변과의 완전한 경계를 긋고 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어폰이 개발된 지는 그렇게 오랜 날이 지나지 않았다. 비교적 출시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소리는, 우리는 그것 없이도 잘 살아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만들어진 기기를 무작정 쓰지 않는 게 좋다는 건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 사용하며, 가끔은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보다는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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