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3·15청년문학상 현상 공모 - 동화 부문 가작 '테일러의 테일러의 테일러'
제3회 3·15청년문학상 현상 공모 - 동화 부문 가작 '테일러의 테일러의 테일러'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5.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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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부문 가작: 함서진(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부·2)

 

테일러의 테일러의 테일러

 

 테일러. 그러니까, 작은 테일러를 알게 된 건 영어학원이었다.
 학원에 들어가면 영어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 빌리나 아이린 같은 이름을. 그건 학원에서 정한 것이었지만 선생님들은 우리가 만든 이름을 외우지 못했고, 가끔은 우리도 헷갈렸다. 그 많은 이름을 기억하는 건 테일러밖에 없었다.
 “하이 제니, 헬로우 헤일리, 하이 써니, 하이 애니, 헬로우 아이린”
 이름을 다 부르고 나면 꼬박 십 분이 지났다. 테일러의 곁엔 항상 친구가 많았으니 오래 걸리는 것도 당연했다. 반면에 나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친구가 없었다. 테일러는 그런 내게도 “하이, 제트.”하고 말을 걸어주었다. 모니카가 자신의 이름을 잊으면 모니카, 하고 불러줬고, 선생님이 헤나에게 큐, 라고 하면 헤나라고 고쳐줬다. 영어학원에 다니는 모두가 원장 선생님 얼굴은 몰라도 테일러는 알았다.
 하지만, 테일러가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꼭 이층 화장실로 올라가 물병을 헹궜다. 이용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물병을 헹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아주 작아서, 처음엔 밖에서 들리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다. 가끔 학원 근처에 개나 고양이가 돌아다녔으니까,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기괴해졌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건 밖에서 들리는 소리도, 개나 고양이가 우는 소리도 아니었다.
 “거, 거기 누구 있어요?”
 그렇게 묻는 순간. 화장실이 조용해졌다. 마치 안에 아무것도 없는 거처럼 작은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왠지 무서워져서 나는 화장실을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마지막 칸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않았다면.
 -쪼, 쪼록, 쪼로록, 쪽, 쪼로로록, 쪼록, 쪼오록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땐 칸 안에서 흘러나온 물에 운동화가 젖은 뒤였다. 놀라 뒷걸음질 치는데 운동화에 투명한 무언가가 달라붙었다. 발을 떼려고 할 때마다 길게 늘어져 걸을 수 없었다. 그건 마치…… 슬라임 같았다. 그 속엔 까맣고, 동그란 것과 붉고 긴 것이 섞여 있었다. 왠지 익숙한 모양이라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만지지 마. 뜨거울 거야.”
 “으악!”
 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손을 대려고 하자 붉고 긴 것이 움직이며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저 슬라임 같은 게 말을 한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여기야.”
 그것이 다시 한번 뻐끔거리면서 말을 걸었다. 소리가 들리는 건 바닥이 아니라 변기 위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닫혀있었던 마지막 칸, 변기 뚜껑 위에 테일러가 서 있었다.
 테일러는 그대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를, 올려, 다, 봤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람이 작아질 수도 있는 걸까. 혹은 하루아침에 커진다거나. 그런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테일러가 작아졌다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말할 거야?”
 테일러가 물었다. 나는 당황한 걸 숨기며 되물었다.
 “뭐를?”
 “네가 지금 본 이 모든 것.”
 테일러의 몸에서 물이 떨어진 것, 그 물이 슬라임처럼 뭉쳐진 것, 테일러가 작아진 것. 나는 그것을 전부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비밀로 할게.”
 테일러는 비밀이란 말을 중얼거리다 변기에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나는 서둘러 테일러를 붙잡았다. 테일러의 살에 닿은 손가락이 끈적했다.
 “괜찮아?”
 내 물음에 테일러는 자주 그런다고 대답했다. 그나마 오늘은 덜한 거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켜 변기에 걸터앉았다. 손바닥으로 짚어본 테일러의 이마는 데일 것 같이 뜨거웠다.
 “저게 벗겨지면 나도 조금씩 작아져.”
 테일러가 바닥에 달라붙은 것을 운동화 앞코로 밀면서 말했다. 그날 나는, 테일러 곁에서 비밀을 함께 나눈 사람이 되었다.
  테일러는 작아지는 게 성장통보다 몇 배는 더 아프다고 했다. 작아지기 전엔 온몸이 뜨거워지고, 땀이 난다고. 그렇게 난 땀은 흐르지 않고 몸에 맺혀있다가 어느 순간 한 번에 흘러내린다는 것이었다. 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땐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허물을 배수구에 버리지.”
 테일러가 슬라임 같은 허물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나는 테일러를 도와 테일러. 그러니까, 흘러내린 ‘작은 테일러’를 물병에 담았다.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는 건 어때? 작아지지 않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잖아.”
 “어떻게?”
 “그건….”
 “지금까지 어떤 의사도 못 알아냈어.”
 아무도 없는 학원 복도를 걸으면서 테일러의 얘기를 들었다. 다섯 명의 의사를 만났다는 것과 테일러가 왜 아픈 건지 아는 의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 특히 껍질처럼 벗겨지는 것에 대해선 더욱 아는 의사가 없었다고 했다. 내가 알기 전까지만 해도 테일러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의사 다섯 명과 테일러의 엄마. 이렇게 여섯 명뿐이었는데, 그중에서 네 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에 다니는 의사였다. 어려운 수술을 몇 번이나 성공시키고, 처음 발견된 병을 고쳐내서 뉴스에도 여러 번 나왔던 의사. 그런데도 테일러가 왜 아픈지는 모른다니. 나는 괜히 물병을 만지작거렸다.
 “괜찮아.”
 테일러가 말했다. 무엇이 괜찮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세 시까지 화도도서관 앞에서 만나자.”
 나는 물병을 가방에 넣었다.
 “도서관에서 뭘 하게?”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화도 도서관은 동네에 있는 도서관 중 책이 가장 많은 도서관이다. 그곳에 간다면 무엇이든 방법이 나올 거 같았다.
  다음 날 나는 약속장소에 십 분 일찍 도착해, 테일러를 기다렸다. 막상 도착하고 나니 테일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도 찾아봐야지. 중얼거리는데 정확히 세 시에 테일러가 버스에서 내렸다.
  우리는 의학, 과학 도서가 있는 삼 층부터 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키’, ‘성장’, ‘어린이’란 글자가 들어간 책을 검색해서 모조리 책상 위에 쌓아뒀다. <사람은 무엇으로부터 성장하는가>,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아이를 크게 키우는 집콕 놀이>, <소아의 키 성장에 대한 성장 호르몬 치료효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 외에는 전부 영어로 적혀있는 책들이라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작아진 사람에 대한 책이 없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봐, 소용없다고 했지.”
 테일러가 말했다. 나는 다음 날 또 만나자고 했다. 다음 날에도 못 알아내면 또 다음 날에 만나면 되는 거였다. 다음 날에 다음 날에 다음…. 우리는 읽지 못한 책을 대출해서 도서관을 나왔다. 5분쯤 걸었을까,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뭐 먹을래?”
 나는 편의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제 용돈 다 썼어.”
 테일러가 주머니를 뒤집어 보였다.
 “내가 살게.”
 나는 엄마한테 받은 교통카드로 컵라면부터 삼각김밥, 햄버거, 바나나 우유, 원플러스원 꼬치를 샀다.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나는 대답 대신 햄버거를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테일러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이제 뭐 하면 돼?”
 테일러가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테일러에게 미안해졌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테일러는 계속해서 작아지는 걸까. 어제의 테일러보다, 오늘의 테일러보다, 내일의 테일러보다. 그렇다면 나중엔 어떻게 되는 걸까. 목덜미가 끈적였다. 손톱을 세워 긁어봤지만 아무것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작아지면 크면 되는 거잖아. 나는 작년에 8cm나 자랐어.”
 포장지를 벗겨 전부 테일러의 앞으로 밀었다.
 “너도 별로 안 크거든. 얼른 먹어라.”
 테일러가 피식 웃었다. 나는 그런 테일러의 눈을 피하며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았다. 하나, 둘 음식을 해치우는 동안에도 비가 그치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집으로 가야만 했다.
 -조심히 들어가! 오후 7:15 1
 -집 멀다고 했나? 들어가면 연락해. 오후 7:33 1
 -잘 들어갔지? 오후 8:55 1
 테일러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도, 메시지 옆에 붙은 숫자가 사라지지도 않았다. 테일러가 학원을 나오지 않은 건 그다음 날부터였다.
  원장 선생님은 테일러가 몸이 안 좋아서 당분간 학원을 나오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하루는 감기에 걸렸나보다 생각했지만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됐을 땐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일러를 봤다고?”
 제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니까. 할머니 병문안 갔다가 봤어.”
 써니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테일러를 만나러 가보자고 했다. 친구가 병원에 입원하면 병문안을 꼭 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계획은 수업이 끝난 교실에서 조용히 이루어졌다. 원장 선생님에게 테일러의 집주소를 물었다가 학생의 개인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다들 테일러가 사는 곳뿐만 아니라 테일러가 다니는 학교가 어딘지도 몰랐다.
 “나도 가도 될까?”
 나는 잠시간 고민하다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니가 “너는 테일러랑 친하지도 않잖아.”하고 말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제트도 같이 가자. 많을수록 좋지. 테일러도 반가워할텐데 뭐 어때.”
 나는 써니가 말을 바꾸기 전에 얼른 가방을 챙겼다.
 
 써니의 할머니는 도담병원 심혈관 센터에 있었고, 테일러를 본 건 도담병원 앞마당이라고 했다. 도담병원은 학원에서 버스를 타고 나가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우리는 병원에 가기만 하면 테일러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병원 앞마당을 걷는 것뿐이었다.
 “테일러가 여기 있었던 게 맞아?”
 “휠체어를 타고 나무 아래 앉아 있는 걸 봤다니까.”
 “아, 나무가 몇 그루인데. 난 포기할래!”
 마당을 여섯 바퀴째 돌았을 때 제니가 외쳤다. 써니도 지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코인노래방이나 갈 걸.”
  제니의 말에 써니가 주머니에서 전단지를 꺼냈다. 전단지엔 ‘도담병원 오 분 거리. 오픈 이벤트 5곡에 천 원. 땡큐 코인노래방’이라 적혀있었다. 금세 기운을 차린 제니가 친구들을 모았다.
 “정말 더 찾아보게?”
 병원에 남아 더 찾기로 한 건 나뿐이었다. 쟤가 테일러랑 그렇게 친했나,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친구들이 정문으로 나가는 것까지 보고 난 뒤에 다시 병원 앞마당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목이 말라 병원 주차장 앞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를 두 개 샀다. 우유를 손에 쥐고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았다. 물기 묻은 목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이 병원에서는 작아지는 것에 대해선 더 방법이 없대요. 의사들도 더는 도와줄 수가 없다네요. 소아병동에 있는 환자 중에 제일 희귀한 경우래요.”
 테일러 이야기가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전화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학원 앞에서도 몇 번 본 적 있는 테일러의 엄마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테일러랑 같은 학원에 다니는 제트라고 해요.”
 나는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사했다. 눈물범벅인 얼굴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던 테일러의 엄마가 서둘러 눈물을 훔쳤다.
 
  <소아난치병 센터 장기입원 A404 김지수.>
 테일러가 입원한 병실은 4층 가장 안쪽이었다.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한참이나 벽면에 붙은 이름표를 봤다. 테일러의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들어가 보라고 했다. 무엇이 괜찮다는 걸까. 알 수 없었지만 테일러에게도 그랬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열자 문틈으로 후끈한 열기가 나왔다. 따듯한, 그렇지만 텅 비어있는 병실에 테일러가 있었다. 오랜만에 본 테일러는 많이. 정말 아주 많이 작아져 있었다.
 “테일러.”
 내 목소리에 테일러가 천천히 눈을 떴다. 나를 향한 두 눈이 놀란 듯 크게 떠졌다.
 “뭐야, 드디어 방법이라도 찾은 거야?”
 테일러가 피식 웃었다. 나도 테일러를 따라 웃으며 땀을 닦았다. 병실 안이 더운 탓일까. 아니면 걸어 올라온 탓일까. 자꾸만 땀이 흘렀다.
 “우유 마시면 키 크는 거 알지? 칼슘이잖아.”
 테일러는 내가 건넨 우유를 마셨다. 우유가 유달리 크게 느껴졌다. 나는 다음엔 테일러에게 우유를 더 많이 사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 들었어. 일본으로 가면 정말 방법이 있는 거지?”
 테일러의 엄마는 내게 테일러가 일본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그곳에서 아주 오랜 시간 치료를 받게 될 거라고.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도서관에서 봤던 기사 하나를 떠올렸다. 일본에 키가 줄어드는 아이가 있다는 3년 전 기사였다. 기사 아래엔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른다고 쓰여있었다.
 “일본에 코이와이라는 목장이 있대. 거기 우유가 그렇게 맛있다더라. 난 거기 우유를 먹어 보고 싶어.”
 테일러는 남은 우유를 모조리 마시고 침대에 누웠다.
 “편지 보내도 돼?”
 내 말에 테일러가 활짝 웃었다. 그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그럼 너한테만 알려줄게. 내 일본 이름은 쿄이야. 어제 내가 정했어. 편지를 보낼 땐 꼭 쿄이에게 보낸다고 써야 돼. 테일러가 아니라.”
 “쿄이가 무슨 뜻이야?”
 “몰라. 하지만 쿄쿄쿄쿄- 왠지 웃는 느낌이 들지 않아?”
 “그게 뭐야.”
 “내가 프랑스로 가게 되면 나는 마르테가 될 거야. 태국으로 가게 되면 띠약이 될 거고, 폴란드에 가면 타데우쉬가 될 거야. 어딜 가도 건강해져서 돌아오겠지.”
 테일러는 더는 웃지 않았다. 나는 테일러의 또 다른 이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손바닥에 반복해서 썼다. 쿄이와 마르테와 띠약과 타데우쉬를. 그리고 테일러와 김지수를. 그다음엔 작아진 테일러를 한 번 안았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다. 나는 아직까지 테일러를 만나지 못했고, 몇 장의 편지를 썼지만 붙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테일러를 잊지 않았다. 테일러의 또 다른 이름인 쿄이와, 마르테를 띠약과 타데우쉬를. 그리고 김지수를…. 지금 이 순간에도 테일러는 어디에선가 조금씩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딘가에 나 말고도 테일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너는……테일러를 본 적 있니?

 

 

제3회 3·15청년문학상 동화 부문 심사평

  청년들의 참신하고 발랄한 작품을 기대했는데 응모 편수가 너무 적어서 실망했다. ‘동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꼼꼼하게 심사를 하였다. 그 중 <테일러의 테일러의 테일러>는 희귀병에 걸려 점점 ‘작아지는 아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한 점이 흥미롭고 신선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주려 애쓰는 친구의 긍정적이고 밝은 캐릭터 또한 훈훈한 감동을 준다. 특히 ‘작아지면 크면 되잖아.’라고 친구에게 위로를 건네는 주인공의 희망적인 메시지는 읽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과 ‘작아지는 테일러’를 담은 물병의 존재가 뒷부분에서는 흐지부지 된 점 등 주제와 소재를 부리는 능력이 아직 서툰 점이 아쉽다.
  어린이들이 흔히 꾸는 ‘악몽’을 다룬 <꿈의 세계>는 이야기를 판타지 형식으로 이끌어낸 점이 새롭다. 특히 어린이들이 꾼 꿈을 먹고 살며, 악몽을 꾼 아이들을 지켜주는 괴물이 하늘에서 날아온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하지만 구성이 너무 산만하고, 2590살 먹은 ‘구소연’의 캐릭터가 너무 작위적이어서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어도 그걸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내지 못하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 소재와 주제를 발효식품처럼 내 안에서 오래오래 곰삭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두 작품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심사를 하며 오래오래 고민하였다. 그 중 좀 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그려낸 <테일러의 테일러의 테일러>를 가작으로 뽑았다.
  앞으로 응모자 모두 기성작가들이 쓴 동화를 읽으며 습작과 퇴고를 거쳐 좋은 동화를 쓰기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심사 위원: 이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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