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가고 어느덧 봄이 찾아 왔다. ‘봄’이라고 하면 새로운 시작과 함께 따뜻한 기온과 방금 막 피어난 꽃망울, 새싹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저 희망만 가득 차 보이는 봄에도 뒷면이 있다. 지난 2020년 밴드 ‘새소년’은 어지러운 봄이라는 뜻의 새 싱글 앨범 ‘난춘(亂春)’을 발매했다. 해당 앨범 제목은 ‘따뜻할 난(暖)’ 대신 ‘어지러울 난(亂)’을 사용하여 기존의 ‘따뜻한 봄’이라는 뜻인 난춘(暖春)과 차별을 두었다.
이처럼 누군가는 봄을 어지럽고 두려움으로 가득 찬 계절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작이 설레기는커녕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만약 다가오는 봄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이는 계절성 우울증의 일종인 봄 우울증에 해당한다. 봄에 유독 우울을 호소하는 이가 많은 이유는 봄철 급변하는 기온과 계절 특성이 주는 상대적 박탈감 및 취업 등의 복합적인 요소 탓이다.
요즈음은 일명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가 늘었다. 전문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강화로 사람 간의 소통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난 2월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3월 대비 자살을 생각해본 사람의 비율이 40% 증가했고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에 처해있다.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와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 환자가 더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는 사람은 전체 우울증 환자의 30% 미만에 불과하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우울증을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전문가와 상담하기를 권했다. 또, ‘우울증 자가진단 평가항목(PHQ-9)’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국가건강검진에서 활용되고 있는 9가지 항목의 선별도구이다.
꾸준한 치료를 권하는 이유는 실제 우울증 환자의 70~80%가 증상이 개선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바로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신과 방문에 관한 인식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을뿐더러 우울 증상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여기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는 학우가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교내 상담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창조관 1층에 자리한 대학생활문화원은 학우의 지친 마음을 돌보기 위해 다양한 심리 검사를 비롯해 개인 상담을 진행한다.
새 학기에 들어선 지 벌써 한 달가량이 되어간다. 교내 확진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28일부터 전면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달리 교내가 학우로 북적인다. 특히 새내기는 학과 생활 적응은 물론 동아리에 가입하며 제각기 들뜬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이토록 설렘과 꽃이 만개하는 봄, 어딘가 뒤숭숭한 마음에 문득 우울감이 든다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내 마음을 한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