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위법과 합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매크로, 위법과 합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2.03.30 14: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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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게 드리운 불법의 어두운 그림자

  한 학기의 생활을 책임지는 학우들의 수강 신청 기간이 다가오면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뜨겁게 달궈진다. 수강 신청 꿀팁은 물론, 댓거리에 위치하는 PC방 중 인터넷이 잘 되는 곳을 물어보는 이야기들로 타임라인은 조용해질 틈이 없다. 올해도 예년처럼 비슷한 광경이 보이는 듯했지만, 한순간에 에타는 갑론을박을 벌이는 게시글로 가득찼다. 화두에 올랐던 주제는 ‘매크로’로, 일부 학우들이 이를 수강 신청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게시자는 본인의 잘못을 뒤늦게 인지하고 얼마 가지 않아 게시글을 지웠다. 그러나 한동안 매크로 사용을 두고 에타가 뜨겁게 달궈졌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매크로, 무엇인지 알아보자. / 대학부

 

  ‘매크로(Macro)’는 컴퓨터 용어로 하나의 키 안에 여러 개의 명령어를 설정하여, 실행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처리되는 작업을 말한다. 주로 사용자의 컴퓨터 내의 웹브라우저에서 동작해 키보드와 마우스 동작을 자동화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매크로를 통해 동일한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니, 기업이나 개인 업무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타인의 권익 침해,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에서는 비난이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매크로, 네가 뭐길래

  우리는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 조작이나 공연장 암표 거래에 사용한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조회 수나 ‘좋아요’ 수, 설문 응답 등을 조작해 이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이 도출되도록 악용하는 이유에서다. 매크로가 계속해서 악용되자, 이를 둘러싸고 오래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지난 2018년, 드루킹 댓글 사태를 계기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는 ‘매크로 금지법’으로 불리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나 댓글에 매크로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로 화두에 올랐다.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오가는 기술 특성상 명확하게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매크로는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다 보니, 필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위법 사례를 찾기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게 문제였다.

  대학에서 수강 신청 시에 악용되는 매크로도 그렇다. 설령 적발이 되었다고 해도 신청 내역을 삭제하는 방법 이외에는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다. 우리 대학 학칙에도 이를 사용하는 걸 금지하고 있지만, 사용 적발 시에 처벌을 명시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매크로를 사용한 학우를 무조건 눈감고 봐주는 건 아니다. 만약 타 학우가 피해를 봤다면, 그 경중에 따라 학생처에서 학칙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대학 내에서 만연하게 보이는 이유

   “특정 학과 학우면, 수강 신청 매크로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암암리에 퍼져있는 게 매크로다.” 수강 신청을 며칠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매크로의 합·위법성을 두고 우리 대학 에타는 열띤 토론장으로 변했다. 공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학우를 지적하거나, 특정 학과 학우면 이용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는 의견으로 나눠졌다. “대학 측은 이에 대해 알지 못하니 사용해도 괜찮다.” 특히 매크로를 하나의 능력이라 여겼던 학우는 불법에 무뎌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학우의 예상과는 다르게 우리 대학 측은 현 상황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며, 조치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 중이다.

  매크로가 수강 신청에 이용될 때는 사이트에 동시 접속된 학우를 강제로 로그아웃시키거나, 자동으로 수강 신청 버튼을 빠르게 반복 클릭 하도록 만든다. 이로 인해, 일반 학우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는 학우들과 불공정하게 경쟁하고, 영문도 모른 채 원하는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대학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지만, 이를 방지할 뾰족한 묘책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매크로를 잡을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동시에 접속량이 몰리는 수강 신청 특성상 적발 프로그램을 함께 돌리면 과부하가 오고 만다. 그러면 일반 학우들은 서버에 접속하지 못한다거나, 시도도 불가능한 경우가 생긴다. 더불어 사용자의 행위를 모방하는 매크로 특성상 차단 방법을 만들었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방법이 나타난다.

 

매크로의 꼬리를 끊기 위해

  수강 신청 시에 매크로를 적용하는 수법은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타 대학에서도 이에 대해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려 노력 중이다.

  실제로 A 대학에서는 일정 횟수 이상 수강 신청을 저장하는 접근이 보이면 사람만 인지할 수 있는 보안 문자를 보여주고 입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실행 첫날, 일부 학우가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방지 시스템이 열렸다. 또한 방지를 위해 적용한 문자 입력 시스템도 트래픽이 초과하여 응답이 지연되는 등 오히려 불편을 안겼다.

  지난 3월 15일에는 B 대학이 지능형 통합정보시스템을 도입했다. 학내 구성원이 이용하는 학사/행정 업무의 기능을 구축하고, 수강 신청 시 발생하는 불법적인 접속도 방지하는 게 목표였다. 클라우드 기반의 운영 환경 도입으로 중복 및 다중 접속 차단. 매크로 방지와 부하 분산을 위한 순번 대기 솔루션으로 안정성을 보장한다. 6개월간의 안정화 기간을 둬 시스템의 완성도와 편리성을 높일 예정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불법적인 접근을 막고, 원하는 강의를 수강할 학우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현재 우리 대학 정보전산원도 정보시스템 관리 부서로서 매크로 프로그램 차단을 위한 시스템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 대학 수강 신청 시스템이 불법적 접근을 방지하기엔 부족함을 느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안 중이다. 다가올 2학기 수강 신청 기간 이전까지 매크로 방지 방안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프로그램을 사용함으로써 타 학우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불이익과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

 

  “수강 신청 때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건 명백히 타 학우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우리 대학 정보전산원 석승준 원장은 학우들이 고민 없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은 타 학우가 반드시 들어야 하는 강의를 듣지 못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보안이 좋은 서버를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불법 매크로에 관한 학우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상이 빠르게변하고, 고도화된 기술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건 옳지 않다. 자기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정유정 기자 youjung0221@naver.com
이산희 수습기자 rnswp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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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받드라슈 2022-03-31 20:32:01
기자님 글 주제가 너무 좋은 거 같습니다. 매크로 너무 킹받았는데 문제점을 잘 꼬집어 주신 거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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