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다정함이 주는 효과
[월영지] 다정함이 주는 효과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2.03.16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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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강을 했다. 강의를 듣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캠퍼스로 이동하기 위해 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버스가 도착하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비용을 지불한다. 이동량이 많은 아침에는 버스에 승차한 사람들로 내부가 북적북적하고, 도로는 차들로 꽉 막힌다. 그러다 보니 도로 위에 갑자기 끼어든 차량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급정거로 손잡이를 꽉쥐어야 했던 승객은 불만에 가득찬 소리를 내뱉는다. 한순간에 여러 명의 분노를 받아야 하는 기사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승객들에게 사과를 표한다. 누구 하나 “괜찮아요.”라고 말하지 않은 채, 짜증으로 가득히 채워진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아슬아슬하게 달려간다.

  학교나 직장에 가기 싫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아침에는 모두가 예민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온종일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다 보니 불쾌지수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만이 가득한 버스를 타는 일이 잦았고, 나중에는 ‘오늘은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이라 생각하며 차를 기다린 적도 많았다.

  평소와 같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어느 날, 나는 특별한 버스를 만났다. 외형이 눈에 띄고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다. 평소처럼 사람은 많았고, 차도 빽빽하게 늘어져 있었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지만, 건드리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묘한 긴장감이 공존하는 차 안의 분위기를 깨는 건 버스 기사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천천히 자리에 앉으셔도 괜찮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언뜻 보면 별 감흥 없는 일상 대화들이다. 손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직종의 종사자로서 이용자에게 주의 사항을 전달했을 뿐이다.

  당연하고, 사소하지만 다정함이 가미된 말과 배려는 놀랍게도 경직된 버스 안을 부드럽게 풀어줬다. 실제로 “죄송합니다.”는 사과에 “괜찮습니다. 안전 운행하세요.”라고 기분 좋게 대답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었다.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행동이 버스 안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던 이유가 뭘까? 나는 배려에서 비롯된 행동과 다정함이라 생각한다. 운행 시에 무거운 짐을 들고 올라타는 노인에게 선뜻 도움을 주고, 혹여나 이동 중에 넘어질까 운행 속도를 줄이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어떤 사람은 이런 모습을 보고 기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 대단하다며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를 돌아봤을 때, 누군가에게 친절함과 다정을 베푼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돌이켜 보면,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사소한 배려일지라도 내 일이 아니라면 바쁘고, 피곤하단 이유로 무시한 적이 더 많을 거다. 누군가에게 베푸는 친절과 다정함은 나의 하루 뿐만 아니라 내 주위,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다. 혼자의 노력이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내 주위를 하나둘씩 밝혀나간다면 언젠가 전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어둠이 드리운 바쁘고 정신없는 사회에 밝은 색감을 더하기 위해 내가 먼저 친절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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