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한마의 새내기여, 그대만의 역사를 기록하라
[정일근의 발밤발밤] 한마의 새내기여, 그대만의 역사를 기록하라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3.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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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서 선사(先史)시대와 역사(歷史)시대의 구분은 ‘기록’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선사시대라 하고, 청동기 이후를 역사시대라 한다. 이 시대의 구분은 기록이며, 기록한다는 의미는 ‘문자’가 있었다는 뜻이다. 인류가 문자를 만들어 가지면서 역사를 가졌다. 이는 기록하는 일이 인류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그렇다고 역사시대가 선사시대보다 위대하다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어서, 기록하면서부터 더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개인이든 국가든 기록하는 일은 실로 중요하고, 그것이 역사가 되어 수백 년 수천 년이 지나서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신입생 새내기에게 대학 4년이 짧은 기간은 아닐 것이다. 청춘의 꽃 피는 시절이며, 꿈을 향해 도전하는 열정의 시기다. 국가에만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에게도 역사가 있다. 흔한 사진과 추억으로는 역사가 되기 부족하다. 새내기들이 이제부터 대학 시절을 기록하여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보길 권한다.

  내 지인 중에 하루 세끼 무엇을, 누구와 먹었다는 기록을 꾸준하게 하는 분이 있다. 지인은 그 기록이 일기보다 지난 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한다고 했다. 뛰어난 감각인 미각에 의지해서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 갑자기 몸이 아플 때 자신의 식단을 통해 병을 진단하고 빠르게 약을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새내기에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월영캠퍼스에 언제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지를 기록하는 일도 유익한 기록이 될 수 있다. 이는 남과 다른 관찰력을 가지는 일로 자신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풀꽃에서부터 나무까지 애정으로 기록한다면 자신만의 ‘식물기(植物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소하지만 마시는 커피와 음료의 종류, 가격, 같이 마신 사람을 기록하는 일 역시 재미있을 것이다. 대학 4년간 자신이 마신 커피가 몇 잔이라는 통계가 나올 것이고, 가격의 변화를 알게 될 것이다. 단순한 것이 가장 위대한 법이다. 그러한 기록은 새내기가 졸업할 때 남다른 자신의 역사로 남게 된다.

  해서 새내기들에게 바란다. 대학 4년간 자신만의 기록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만들길 바란다. 이는 ‘슬기로운 대학 생활’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기억이라는 것을 믿지 마라. 기록하는 자만이 반드시 이긴다. 그것이 역사의 힘이다. 그런 힘을 가지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물론 긴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다음에 자신의 인생이 변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것이다.

  바야흐로 3월이다. 대학의 3월은 입학과 함께 오는 대학의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코로나19의 기승으로 2일로 예정된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이 열리지 않아 박수로 환영하지 못해 섭섭하지만, 대학보 지면으로 반가운 마음을 듬뿍 전한다. 곧 캠퍼스에는 산수유나무꽃이 피고 생강나무꽃이 피고 나면 서서히 벚꽃의 꽃망울이 맺힐 것이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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