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졸업’이라는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졸업’이라는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2.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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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은 불교의 상징이다. 탑에는 석가모니 부처의 사리나 유골을 모셨다. 탑이 섰다는 것은 그곳이 특별한 영지(靈地)임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탑에 기도를 올리고, 탑돌이를 하며 부처의 공덕을 기리고 자신의 소원을 빌었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 해도 탑 앞에 서면 누구든 경건해지기 마련이다. 묵직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탑이 전하는 믿음이 심장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탑은 쌓는 부재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돌을 사용하면 ‘석탑’(石塔)이고, 나무를 사용하면 ‘목탑’(木塔)이다. 쇠를 사용하면 ‘철탑’(鐵塔)이고, 흙을 구워 만든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의 납작한 벽돌을 사용하면 ‘전탑’(塔)이다. 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서 쌓아 올리면 ‘모전탑’(模塔)이다. 경주 분황사 석탑이 모전탑의 대표적인 형식이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모든 탑에는 만드는 사람의 공덕이 들어있다.

  경주에 내가 자주 찾아가는 신라 탑에는 감은사터 삼층 석탑이 있다. 감은사는 신라 신문왕이 682년, 아버지 문무왕의 뜻을 이어 창건한 호국사찰이다. 절은 사라지고 없지만, 감은사에 세워졌던 동서 쌍탑은 신라의 삼국통일을 상징하듯 힘차게 서 있다. 감은사터 삼층석탑 앞에 서면 몸에 힘이 솟고, 통일신라의 힘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탑을 세운 사람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지만, 감은사터 쌍탑은 그 석공의 공든 탑이다.

  또 하나의 탑은 토함산 동녘 산 중턱 장항리에 남은 장항리 절터의 오층 석탑이다. 안타깝게 절의 이름마저 전하지 않아 행정지명인 장항리에 있는 절터라고 명명되고 있다. 원래 동서 쌍탑이 있었는데 서탑은 비교적 원형을 유지한 채 전해지고 동탑은 난쟁이처럼 주저앉아 있다. 서탑 탑신에는 금강역사가 새겨져 있다. 달빛 아래 연꽃을 밟고 서 있는 금강역사 입상을 보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여, 탑과 함께 명작이 전해지고 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그 나라에서 가장 큰 탑인, 높이 36m의 ‘보우더나트’(Boudhanath)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탑은 석가모니 부처 이전 부처들의 사리를 모신 탑이라 했다. 2000년 나는 히말라야에서 고산병으로 심장을 다쳐 후송돼 치료받으며 보우더나트에 올라 시간을 보냈다. 탑이 주는 기운으로 불안했던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 없었다.

  18일은 2021학년도 전기졸업식이다. 대학 졸업생 1,920명을 비롯해 모두 2,275명이 영광의 졸업장을 받는다. 이는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월영 캠퍼스에서 공든 탑을 쌓은 셈이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혼돈의 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위해 탑을 쌓았다. 그리하여 졸업식이란 2,275기의, 도전과 새 출발이라는 탑이 솟아오른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다.

  옛말에 전한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공을 들인 만큼 탑은 우리 사회 곳곳에 기단을 쌓고 제 노력의 높이로 솟아오를 것이다. 그것이 오늘의 사실이며, 훗날 빛나는 한마의 역사가 되리라 믿는다. 졸업을 축하드린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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