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10·18문학상 현상 공모- 단편소설 '벽 너머'
제35회 10·18문학상 현상 공모- 단편소설 '벽 너머'
  • 정주희 기자
  • 승인 2021.12.0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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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부문 장려: (경찰학과·4)

벽 너머

 

  친구를 벽 안에 가뒀다. 당장 지금도 벽 너머에서 친구가 지르는 비명소리와 발버둥치는 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파왔다. 친구를 가둔 지 좀 된 것 같은데 아직 팔팔한지 목소리도 힘이 있고 발버둥도 방 안이 울릴 정도였다. 내가 가둘 때 분명 물도, 음식도 주지 않았는데. 질기기도 하지. 시멘트로 여러 겹을 발라 단단히 막아놓은 벽 너머는 사람 둘이 들어가기 딱 좋을 만한 넓이의 공간이 있다. 악을 쓰는 비명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고 다가갔다. 그리고 벽에 손을 모아 귓속말을 하듯 자세를 잡고 속삭였다.

  “조용히 해. 너무 시끄러워, 너.”

  “너 미쳤어? 빨리 안 꺼내?”

  “쉿, 조용히 하래도!”

  “난 꺼내라고 했다!”

  친구의 눈에는 아직도 제 말에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폭언을 듣고도 부르면 바보같이 곧바로 저에게 웃으며 달려오는 나로 보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은 누가 봐도 친구가 불리한 상황이고 친구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나는 발로 단단한 벽을 수차례 차는 친구를 무시하고 두 손을 모아 듣고는 있는지, 누구인지도 모를 신에게 친구가 어서 죽길 바란다고 기도 드렸다.

  그러니까, 그 날 날씨가 매우 우중충 했던 기억이 난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고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방문을 열고 들어온 친구는 자신과 대화하려는 태도를 보이며 방에 들이는 내가 오랜만이라 그런 것인지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앉지 않고 나를 쳐다봤다.

  “여기 방석. 앉아.”

  내가 방석을 건네자 미소를 지으며 받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방석을 흔들어보였다.

  “아잇, 센스 없게. 판판한 거 깔 거면 왜 방석 깔고 앉냐? 나니까 그냥 넘어가지, 다른 곳 가서는 이러면 안 된다?”

  “네가 무슨 부모님이냐.”

  따지듯이 묻는 나의 말에 친구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내가 너 아주 옛날부터 봤는데. 맞다, 밑에 가족들 바빠 보이더라. 집 어디 보수 공사라도 해? 웬 시멘트 가루? 근데 이 와중에 네가 날 집에 초대를 다 하고?”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무슨 할 말? 가족들 바빠 보이는데, 그 와중에 꼭 해야 할 말인가 보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손에 쥐고 있던 약을 털어 넣는 나를 보던 친구는 대답을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느긋하게 컵을 내려놨다. 내가 눈짓으로 물을 가리키자 마침 더운 날 걸어와서 힘들었는지 시원한 물이 담긴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어디 아프냐? 웬 약?”

  “우리가 언제 처음 만났더라?”

  “갑자기? 뜬금없네. 처음이라…”

  친구는 기억을 되짚어 우리의 첫 만남을 찾는 듯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친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나는 잊을 수 없었다. 내 인생이 우중충해지는 계기가 된 그 날을 난 절대 잊을 수가 없다.

  “기억 안 나?”

  “나네. 음, 네가 12살 때. 그 때가 1학기 기말고사 치고 난 다음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

  “맞아. 그 때 우리가 처음 만났지. 학교 마치고 애들은 다 교실을 떠나고 나는 두고 온 시험지 다시 가지러 갔다가 널 만났잖아.”

  그 날 나는 전교에서 5등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부모님께서 나에게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어릴 때 더 많이 뛰놀며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분들이셨다. 그저 내가 남들보다 못하는 것이 싫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다. 부모님께 자랑을 하려고 했는데 교문을 나서자 시험지가 가방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급하게 빗물로 가득한 웅덩이를 찰박찰박 밟아 가며 다시 되돌아갔다.

  “어우, 비도 많이 오는데 왜 두고 와서.”

  겉옷에 맺혀 있는 빗물들을 손으로 털어내며 교실에 들어섰다. 역시 아무도 없었고 책상에 다가가 책상 밑 서랍에 손을 넣어 시험지를 꺼내자 여러 장의 시험지가 손에 들려 나왔다. 뿌듯한 표정으로 가방에 넣으려는데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에이, 이것 밖에 못 했어?”

  “깜짝이야! 너 뭐야?”

  “나? 너랑 같은 학년 친구. 아니 뭐, 나는 네가 아까 엄청 좋아하길래 백 점이라도 받은 줄 알았는데. 에게. 90점?”

  “야. 이번에 수학 시험 엄청 어려워서 전교에서 90점 이상 받은 애가 3명밖에 없어. 넌 몇 점인데?”

  기분이 상해서 따지듯이 묻자 너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 딱 90점. 너랑 같지.”

  “그런 애가 나한테 지적을 하고 있네. 야! 비켜, 가게.”

   “소이야.”

  애교 있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에 나는 걸음을 멈춰 돌아봤다. 그러자 네가 내 손에 들린 시험지를 가져갔다. 당황하며 화를 내려고 하는데 그 시험지를 한 번, 두 번 곱게 접더니 내 몸을 돌려 가방에 넣어줬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가 바라보자 눈웃음을 지었던 것 같다.

  “그래도, 너무 만족하진 말고.”

  “어?”

  “만 점도 아닌데 만족하는 건 그냥 주위 사람들이랑 비교해서 잘 한다고 느끼는 거잖아. 높은 곳을 봐야지. 네 주위를 볼 게 아니라. 그렇게 안일하게 지내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 된다?”

  너는 나와 같은 나이인 주제에 꽤나 어른스럽게 말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웃음만 나오지만 그 때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친구에 나는 깊은 애정을 느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를 향한 깊은 애정을 느꼈다니. 남들이 들으면 말도 안 되지만 그 땐 정말 그랬다. 그리고 이어서 생각했다. 진정한 친구는 필요할 때 쓴 소리를 해주는 거라고. 그저 내게 소이 공부 정말 잘한다, 부럽다 거리는 그런 친구들보다 이런 친구가 더 날 위하는 친구이지 않을까?

  “그 때 너랑 거리를 뒀어야 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감사합니다~ 하고 절해도 모자랄 판에?”

  “근데 너 그거 아냐? 우리 가족들은 6학년 때 나 괴롭혔던 애 만큼이나 너를 싫어해.”

  “허, 걔 때문에 힘들어했던 너 챙긴 거 나 밖에 없거든. 서운해라.”

  “그 때 네가 나한테 했던 말은 잊어버렸냐?”

  뻔뻔하게 고마워하라고 말하는 너에게 짜증이 난 나는 되물었고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표정을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늘 그렇지. 상처 받은 사람만 늘 기억하지, 뭐.

  “어… 뭐라고 했지 내가?”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눈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입을 연 순간 나는 13살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방을 빙 돌아다녔다. 밑에 분주한 발걸음 소리를 들으니 준비가 된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소심하게 구니까 남들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쟤 말도 틀린 거 아니다? 너 같은 찌질이를 누가 좋아하겠어. 나 아니면.”

  손톱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자 자신이 그런 말을 했냐며 대꾸하는 친구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뭘 잘못했냐고 물었었고 그 때 넌 이렇게 대답했어. 나쁜 짓은 안 했지. 안 했는데… 그게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넌 소심한 주제에 자기 주관은 뚜렷하잖아. 그게 또 꼴불견이고?”

  돌다가 벽을 마주보고 서서 마지막 말을 마친 나는 벽을 본 채 입을 열었다.

  “그 뒤에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 나?”

  “…그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이유냐고. 이유가 하나같이 다 엉망이라고.”

  “기억하네. 맞아, 그렇게 물었지.”

  그 때 내 말에 헛웃음을 지은 친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빙빙 꼬며 벽에 기댔던 게 기억이 난다. 그 행동에 나도 모르게 기가 죽었으니까.

  “그 뒤에 네가 한 말은 내 입을 막아버렸어. 뭐라고 했냐면, 들어 봐. 듣고 생각해 봐. 이게 말이 되는지. 그러니까, 우리 같이 어린 나이의 애들이 하는 행동에 합당한 이유를 찾는 게 더 어리석은 짓이거든. 마지막으로 애들은 예쁜 애들을 좋아해. 재수 없으려면 예쁘던가. 좀 통통한데다 넌 못생겼잖아. 거울을 봐라, 네가 예쁜가. 걔가 근 삼 개월을 그렇게 얘기 했으면 느낄 때 되지 않았어?”

  그 때 난 친구의 말을 끝으로 울어서 빨갛게 부은 눈가를 씻던 행동을 멈추고 거울을 올려다봤다. 짙은 눈썹은 얼기설기 엮인 숯검댕이 같았고 코는 높지도 않고 어디 예쁘게 잡힌 곳 하나 없어 존재감이 희미해 보였다. 그리고 순해보였던 눈은 축 쳐져 힘없고 지쳐 보이는데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보였다. 별 잡티 하나 없어 마음에 들었던 피부는 그저 칙칙하고 볼 것 하나 없어 보였고 입술은 생기가 없고 껍질이 일어나 있어 보기에 좋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못났었던가. 나는 이렇게 못난 애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디 하나 괜찮은 곳이 없어 보이는 나의 모습에 나는 괜히 세탁기 위에 올려져있던 가위를 가져와 눈을 찌를 듯 긴 앞머리를 앞뒤 재지 않고 잘라냈다. 혹시나 이 긴 앞머리가 나를 못나 보이게 만든 건 아닐까 싶었으니까. 자르고 나서 거울 속의 나를 다시 봤다. 내 눈에 비친 나는 여전히 못나보였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됐다. 나는 이제 앞으로 다시는 날 사랑스럽다고 느낄 수 없겠구나. 이 날 이후로 나는 시선을 발끝에 맞추고 다녔다. 늘 주위 풍경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던 나는 맨날 바닥이 시멘트인지 아스팔트인지, 사람들의 신발은 어떤 게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날 싫어하게 만들고 날 괴롭게 만든 게 그 때 나보고 늘 못생겼다고 하고 은근히 따돌린 걔 잘못만 있는 줄 알았거든?”

  “근데.”

  “근데 너도 있더라. 그 때는 걔만 나한테 못되게 군 것 같았는데. 걔가 나한테 그렇게 굴었던 건 3개월 정도였거든. 근데 그 이후로 나 살 좀 찔 것 같으면 그 때 일을 끄집어 낸 게 너였어. 기억 나?”

  “아, 진짜. 내 덕분에 또 스스로 가꾸게 된 거 아니야. 너는 늘 내 탓을 하더라? 근데 갑자기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야. 싸우자는 거야?”

  친구의 물음에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왜 말을 하냐면 너랑 앞으로 안 볼 거라서. 네 말에 더 이상 영향 받지 않을 거고. 내가 잘 하면 잘 했다고 생각하고 만족 좀 하고 살 거야. 네가 말하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된다고 해도 상관없어. 잘났는데 살기 힘든 사람보다는 그냥 이도 저도 아닌데 행복한 사람 되고 말지.”

  나는 일어서서 빙 돌아 조그마한 방을 나와 방 안에 있는 너를 바라봤다. 너는 나를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진짜 나 안 찾을 것 같아? 아닐 걸? 내가 널 안 찾아가도 네가 날 찾을 텐데.”

  “그렇게 안 될 거야. 아니, 못 할 거야. 가족들이 도와주기로 했어. 구멍 난 곳은 이제 메워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났고. 가족들이 시멘트 가루 왜 가지고 있냐고 했지. 그거 때문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키려던 너는 곧 중심을 잡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고개를 흔들던 너는 나를 노려보았다.

  “오늘 이 방 메울 거야. 내 방 안에 있는 오래되고 텅 빈 작은 공간. 네가 처음 알려줬잖아. 여기. 기억나지? 나도 우리 가족들도 몰랐던 곳. 어, 그리고 이 방에서 너는 나갈 수 없어. 너는 이 방 안에 계속 있을 거야.”

  “뭐? 미쳤냐? 죽인다는 거 돌려서 말하는 거 아니야, 이거.”

  “맞아. 너 힘 하나 못 쓰고 숨도 못 쉬겠고 할 때도 난 너 안 꺼낼 거야. 시멘트 아주 단단하게, 단단한 벽돌들을 쌓아 올리고 열 겹 스무 겹을 발라서 네가 아무리 발로 차고 부숴도 나올 수 없게 할 거야. 너는…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아니, 그냥 내 인생에 존재하질 말아야 해. 날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날 초라하게 만들어. 날 싫어하게 만들고, 가져도 만족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알아?”

  “그렇다고 이렇게 해? 너 진짜 어디 돌아버린 거 아니야? 너 내 물에 약 탔지.”

  너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었다. 나는 네 물에 아무것도 타지 않았다. 너에게 어떤 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네가 이렇게 될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나는 네가 이렇게 몸을 못 가눌 것을 알고 있었고 지금 올라올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근데 내가 왜 이러냐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잖아!”

  “그건 내가 약을 먹어서 그래.”

  “네가 약을 먹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어, 왔어요?”

  너를 바라보다가 들려오는 묵직한 발소리에 고갤 돌려 가족들을 맞이했다. 가족들은 많은 시멘트와 벽돌을 질질 끌고 방으로 들어섰다. 너는 얼굴이 곧 사색이 되어 잘 움직여지지도 않는 몸으로 버둥거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

  “너희 가족들 미친 거 아니야? 그렇다고 이런 짓을 해? 이건 살인이야!”

  “이건 살인이 아니야. 내가 죽지 않는다면. 네가 살인을 하고 있는 중이었지, 어떻게 보면. 도와주는 건, 그래. 네 말대로 나 혼자서는 널 가둬도 다시 널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 봐, 우리 사이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것만 해도 10년이 넘게 걸렸잖아.”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는 너에게 다가가 편안히 눕게 도와줬다. 두려워서인지 분노 때문인지 바들바들 떠는 너의 손을 살포시 잡아줬다.

  “그래도 정말 날 아꼈다는 건 알아. 그냥, 방법이 아주 잘못된 것뿐이지.”

  “안다는 새끼가….”

  “이런 친구들을 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그 사람들 중에 몇몇 사람들은 화해를 하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그러기엔 좀, 선을 많이 넘은 것 같아서. 우리가 같이 공존할 수 있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들고 와 머리를 들어 그 밑에 베개를 넣고 얇은 이불을 네 위에 덮어줬다. 토닥이며 너와 눈을 맞췄다.

  “고마웠어, 근데 다신 만나지 말자.”

  “야! 이 미친…! 너 이리 안 와?!”

  힘없이 팔을 뻗어 방을 나서는 나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나는 그 손을 툭 쳐내고 나왔다. 가족들은 벽돌을 쌓으며 시멘트를 조금씩 바르기 시작했다. 너는 이제 거의 울듯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가족들 역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팔짱을 끼고 쌓여만 가는 벽돌로 인해 가려지는 너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렇게 친구를 가둔지 3달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쌩쌩했다. 나는 이 녀석의 발버둥에 머리가 심각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짜증스럽게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십 년을 넘게 자라났으니 빠르게 사라지리라 같은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어쩌면 십 년은 걸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친구가 있는 곳을 향해 손을 갖다 댔다.

  “잘 지내? 너무 어두워서 무섭진 않아? 우린 어둠을 무서워하잖아. 네가 어둠 때문에 숨도 못 쉬고 죽어가는 걸 아닐까 생각이 날 때도 있고. 아무리 내가 널 가뒀다고 하지만 그렇게 괴로워하길 바라는 건 아니었거든. 그리고… 네 말대로 네가 필요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 다그치고 채찍질을 하는 네가 없으니까 너무 철없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남들보다 뒤쳐질 것 같아. 네가 곁에 있다면 마음은 좀 괴롭긴 하더라도… 그래도.”

  “거 봐. 네가 다시 날 찾을 거라고 했지. 꽤 참았네. 소이야, 어두워. 너무 어둡고 숨이 막혀. 너 나 가둬 둘 거야, 계속?”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같은 목소리. 너였다. 네 말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내가 널 어떻게 꺼내?”

  “네 옆에 있는 망치. 그걸로 깨. 얼른.”

  내 옆에 망치? 의문이 들었지만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망치가 보였다. 수많은 고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결심이 섰고 망치를 들어 벽을 향해 겨눴다. 뒤로 힘껏 보냈다가 내려치려는 순간 손목이 잡혔다.

  “뭐 해?”

  돌아보자 언니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내 손에 들렸던 망치는 언제 있었냐는 듯 종적을 감췄다. 현실감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언니가 다가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어, 언니!”

  “너 또 구멍 파고드는 거 아니지? 엄마 아빠가 걱정하셔. 힘들어 보인다고. 아, 약은 꾸준히 먹고 있지? 그거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서 임의로 중간에 마음대로 안 먹으면 안 돼. 아니 뭐, 너도 같이 설명을 들어서 잘 알고 있겠지만.”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잘 기억하고 있지. 잘 먹고 있고.”

  “그래. 너 잘 하고 있는 거야. 뭐든지 급하게 할 필요 없어. 빨리 가려고 뛰다가 넘어져서 다치지 말고 길가에 돌부리, 홈 같은 거 다 보고 다녀. …근데 머리 아파?”

  “응. 좀 아프네. 왜?”

  “그, 뭐시냐. 네가 저번에 머릿속에 애 하나 가둔다고 했잖아. 그거랑 연관된 건가?”

  언니의 말에 나는 웃었다. 언니는 내가 왜 웃는지 모르는 듯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보통 마음속에 가둔다고 하지 않나?”

  “네가 먹는 약은 다른 약들과 다르게 뇌로 가서 호르몬에 영향이 가잖아. 뇌가 인식한 걸 마음이 같이 느끼는 거고. 그러니까 마음속에 가둔다는 말보다는 머릿속에 가둔다는 말이 더 적절하지. 우리가 너 병원 다니기로 약속했을 때부터 그랬잖아. 네가 걔 안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언제든지 힘들면 얘기해야 돼. 알았지.”

  “알겠어. 든든하긴 하네. 근데 왜 왔어?”

  “아, 밥 먹자고. 얼른 가자. 기다리셔.”

  언니의 말에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음을 느끼고 고갤 끄덕였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방을 나섰다.

 
10·18문학상 단편소설 장려 수상 소감
 

  수상소감을 적으려니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늘 이야기를 만들어 적기만 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민은 몇 주를 했던 것 같은데 글을 쓰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늘 생각만 하다가 무언가를 놓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생각만 하다가 시기를 놓칠 뻔 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부족하고 어색한 글이었을텐데 읽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실 이 글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아픔을 스스로 이겨내는 것은 힘들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주위의 도움을 받고 천천히 나아가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마음을 글에 담았는데 전달이 잘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좋은 경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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