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세상과 멀어지는 사람들
[기자의 눈] 세상과 멀어지는 사람들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1.12.01 13: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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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등장하면, 사람이 들어설 곳은 점점 사라진다고들 한다. 일례로 우리는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거나 영화관에서 매표하기 위해 담당 직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거대한 키오스크 앞에 서서, 손가락의 움직임 몇 번으로 내가 원하는 걸 쉽게 얻을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우리 생활은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과 후로 급속히 변화된 양상을 보인다. 우리는 어딘가를 들어갈 때 스마트폰을 내밀어 QR코드 확인으로 방문 등록을 한다. 등록과 더불어 백신 접종을 했는지, 종류는 무엇인지 등 자세한 사항도 확인 가능하다. 자신의 이력을 입증하기 위해 주변 주민 센터에서 등본을 직접 출력했던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요즘은 모두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원하는 걸 쉽게 누릴 수 있어 살기 좋은 세상이라 말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는 이들이 있다. 이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글이 있었다. 햄버거를 먹고 싶어 하는 손주를 위해 할머니는 가게로 들어갔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쳐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던 사례다. 할머니는 출입 시 방문 기록용 QR코드를 찍지 못했고, 가게 안의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없었다. 기계가 많이 들어설수록, 매장 안 직원의 수를 줄이다 보니 그를 도와줄 이 하나 찾기 힘들었다. 이 사례는 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문제를 상기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문제점만 화두에 오를 뿐, 명쾌한 해결책을 가져오진 못했다.

  사실 우리는 미디어나 신기술에 미숙한 사람은 모두 노년층일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당장 우리의 삶에 어려움이 없어 기술/정보 격차로 인한 문제를 가벼이 여겼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는 그렇지 않다. 중장년층, 그리고 소수의 청년층에서도 기술/정보의 격차에 힘겨움을 보인다. 실제로 기자의 부모님도 스마트폰 기능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어 종종 도움을 요청한다. 그때마다 뉴미디어 다루기에 능한 기자에겐 편리하고 간단한 기능일지라도, 어떤 이에겐 어렵고 복잡할 수 있단 점을 실감했다. 우리에게 스마트폰이나 최신기계의 이용 방법을 직접 알려준 적도 없으면서, 얄밉게도 세상은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는다.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춰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만 보게 된다. 이렇게 이 둘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시간이 흘러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이후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사회를 구성원들이 각자의 몫을 수행해야만 우리 지역을 넘어, 국가의 성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며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건 물론, 목소리를 낼 소통창구조차 잃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래를 향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우리의 행적들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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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1-12-02 16:55:40
절실히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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