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죽음의 기준 중 뇌사는 아직까지 논쟁거리다. 뇌사란 임상적으로 뇌 활동이 회복 불가능하게 정지된 상태이며 원인은 고열, 사고, 추락, 뇌출혈, 심장마비, 질식 등으로 인한 혈액 공급 중단이 있다. 뇌사는 흔히들 생각하는 식물인간과 전혀 다른 의미다. 식물인간은 의식 불명으로 장기간 누워있는 상태이며 식물성 기능(소화 흡수, 호흡, 노폐물의 배설, 혈액 순환 등)을 갖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반해 뇌사는 뇌의 모든 기능이 죽었으나 인공호흡 장치와 식도를 통한 영양분의 주입 등으로 육체만 살아 있는 상태다.
뇌사 인정국가는 미국, 프랑스, 호주, 이탈리아, 그리스, 노르웨이, 스페인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뇌사가 아닌 심장사만 사망으로 정의한다. 만약 뇌사 판정 환자의 가족이 장기 기증을 원한다면 의사 및 법률가 등으로 이루어진 뇌사판정위원회를 열어 뇌사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뇌사를 죽음의 기준에 포함해야 하는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찬성 입장에서 살펴보자. 경제적인 부분에서 보면 뇌사는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뇌사에 걸린 사람은 회복이 불가능해서 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뇌사 판정 이후 생존 기간은 평균 2주 정도이며 많으면 한 달까지 생존 가능하다고 한다. 세상에 아픈 사람은 많지만, 의료 자원은 한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살아날 확률이 없는 뇌사보다 살아날 확률이 큰 환자에게 의료 자원을 지원해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뇌사를 죽음의 기준에 포함했을 때, 뇌를 제외한 모든 장기를 이식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심장병 환자들에게 심장을 이식하는 일이 매우 드물어 거의 90%는 이식받지 못해 사망한다. 뇌사 상태인 사람을 죽음으로 인정한다면,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어 살아날 확률이 높아진다.
다음으로 반대 입장을 살펴보자. 반대 이유는 뇌사 판정의 오류 가능성이 제일 크다. 뇌사의 기준은 결국 인간이 정했기 때문에 판정의 오류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해 머리를 심하게 다친 소년이 뇌사 판정을 받았고 가족들은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장기 이식 수술 당일 날 가족들이 소년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소년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만약 뇌사 판정이 오류가 났을 때,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하는가? 그리고 장기 기증에 대해 남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의 가족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이며 장기 기증이 필요한 환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의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요구한다면 거절할 수 있을까? 만약 승낙하고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의 장기를 기증하게 된다면 장기 매매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뇌사를 죽음으로 보는지에 따라서는 현재까지도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져 토론의 주제가 되고 있다. 죽음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모든 인간의 삶은 소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