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국회 문턱을 넘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국회 문턱을 넘다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1.09.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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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CCTV 설치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015년 처음 국회에서 발의된 후, 6년 만이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전신마취와 같이 의식이 없는 상태의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 기관이 의무적으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환자가 요청한다면 수술실 내부를 의무적으로 녹화해야 한다. 영상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수사·재판과 관련된 공공기관의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양측의 동의가 필요하다.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의무에 관한 목소리는 2015년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유령 수술’이 이슈화되며 더욱 거세졌다. 유령 수술이란 환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술을 말한다. 유령 수술을 비롯한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은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잇따라 수술실 내 생일파티 및 환자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고발되며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해당 법안은 본회의에서 135명의 의원이 찬성, 24명이 반대, 24명이 기권하며 국회의 문턱을 넘게 되었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 환자단체연합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유령 수술, 무자격자 대리 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고 수술실 안전과 인권을 지켜줄 수술실 CCTV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며 여러 차례 CCTV의 필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한편으로는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일었다. 전신마취로 진행되는 수술은 대개 까다롭고 위험하다. 또, 환자가 나체인 상태로 수술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녹화 영상이 악의적으로 유출될 경우, 환자의 개인정보 역시 보호받지 못함과 동시에 인권 침해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외과계 5개 학회인 대한외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비뇨의학회는 지난 29일 공동 긴급성명서와 함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법안에 대해 외과계는 의료 분쟁을 우려했다. 의료 분쟁이란 의료 사고와 관련된 환자와 의사의 다툼이다. CCTV 의무 설치 후 발생하게 될 의료 분쟁에 대비해 의사는 방어적인 수술 형태를 취하며, 위험이 따르는 수술을 기피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는 환자의 생존율과 회복률을 떨어뜨려 환자의 건강권 침해와 직결된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현재도 진행 중인 의료계와의 대립을 고려하여 2년 유예 기간을 거친 2023년 8월,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법이 실현되어도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모두의 동의를 받는 경우에만 수술실 내부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또, 포괄적인 촬영 거부 조항에 내부 설치가 무의미하다는 입장도 따른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법은 없다. 법이 가진 약점을 보완해 목적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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