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칼럼] 잊혀져 가는 사람들, 북한이탈주민
[교직원 칼럼] 잊혀져 가는 사람들, 북한이탈주민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9.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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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입국은 2009년 한 해 2,900여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다가 최근까지 매년 천여 명 정도였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29명에 그치고 있다(2020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약 3만 3천여 명이 입국한 것으로 조사되어 있지만 실제로 사망, 제3국 이주 등으로 이보다는 훨씬 적은 수가 남한에서 생활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대규모로 북한주민들이 탈북을 시도하여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를 거쳐 남한으로 이주하였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북한이탈주민들로 인해 남한 정부와 연구자 및 관계자들은 흥분하고 고무되어 통일이 임박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은 북한 사회나 주민들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간주되거나 미래의 통일 역군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탈주민들은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는가?

  북한이탈주민들은 주로 임대아파트에서 그들만의 게토(ghetto)에 갇혀 살고 있다.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은 남한에서 이등국민으로 취급당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들은 다시 탈남하여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거나 심지어 북한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정착지원금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적 지원과 대학에도 특례입학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중 하나는 남한 사회가 북한이탈주민들을 특이함과 배척의 양극단에 가두는 데 있다. 남한주민들은 북한이탈주민들을 호기심과 신기함으로 잠깐 바라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 다르게 남한주민들은 북한이탈주민들을 세금도둑으로 혹평하거나 ‘빨갱이’담론에 가두고 압박한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은 그들끼리만 게토화 된 곳에서 소수자이자 약자로 살아가고 있다.

  남한주민들은 북한이탈주민을 극단적으로 동정하거나 배제할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가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이주민으로 이해하고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단지 그들이 남한 사회에 주는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삶에 어려움을 겪는 한 명의 인간이라는 마음으로 대하면 좋겠다. 오래전 인터뷰한 한 북한이탈주민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교수님은 지금 당장 평양에 가서 살라고 하면 살 수 있겠어요?”

엄태완(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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