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칼럼] 정든 교정을 떠나며
[교직원 칼럼] 정든 교정을 떠나며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8.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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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의 여건도 시원찮은 가운데 정든 교정을 떠나게 돼 아쉽습니다. 나는 1985년 2학기부터 불어불문학과 강사로 시작해 2021년 1학기까지 36년간 줄곧 경남대학교에서 강의했으니, 교직 생활을 꽤 오래 한 셈입니다. 그래서 정년퇴임을 맞아 고별사를 쓰는 느낌도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훌륭한 동료 교수님들과 영특한 젊은이들과 아직 함께할 힘이 남아있다고 자신하는데 떠나게 됐으니 말입니다.

  여러분도 진로를 결정할 때 많이 고심할 것입니다. 나는 가까운 집안 어른들께서 교직에 많이 계셨기에, 교직이 내게 맞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36년간 교직 생활 중, 나는 교육자로서는 형편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른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고마운 배려가 없었다면 이렇게 정년퇴임으로 마감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돌아가신 내 아버님과 장인어른께서는 각각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어찌 됐건 그분들처럼 정년퇴임을 하게 됐으니, 정말 다행이라 느낍니다. 나중에 그분들을 뵙게 된다면 조금은 덜 부끄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한국 대학교들의 입지와 그 구성원들의 처지도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대학교 입장에서는 학생 수 감소가 제일 큰 난관입니다. 덩달아 교수님들의 교직 안정성 문제도 심각해져 갑니다. 그래서 특히 내게 과분한 정년퇴임식까지 챙겨주신, 나와 비슷한 상황인 교양융합대학 교수님들의 단합도 절실할 것입니다.
나는 내 전공 과목에 해당하는 학과가 일찍 폐지돼, 전공인 문학 관련 교양 과목들만 가르치다 떠나게 되었습니다. 서른 살부터 불어 원어 연극 지도를 하고 불문학도 함께 공부했던 불어불문학과 졸업생들의 동창회마저 흐지부지된 현실이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닙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인문학이 질식해 가는 세태와 동일한 맥락입니다.

  퇴임식에서 내가 고별사를 대신해 낭송해 드린 시를 여기 쓰고 싶었는데, 지면 관계로 여기 다 실을 수는 없습니다.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을 흉내 내 경남대학교를 미인으로 지칭해 내 생의 과반을 들앉아 산 정든 교정을 떠나는 내 사모의 정을 담아 본 시입니다. ‘늘 생각나는 예쁜 임이시여/~/나이 들어 힘이 부치니 이제/떨어져 있어도 가까이 살며/솔 한 그루 임 품에 안기고/저 잊을만하면 찾아뵐게요’ 36년 동안 고마웠습니다. 아듀! 경남대학교!

김흥년(의사소통교육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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