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예상과는 다르게 대학은 고등학교와 많이 달랐다. 고등학교는 입학하면 정해진 시간표로 반 친구들과 수업을 한다. 대학은 자신이 과목을 직접 선택하여 신청한다. 학과에서 강의하는 전공 과목과, 다른 학과 학우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교양 과목을 듣는다. 교양 과목을 통해 낯선 다른 학과 학우들과 소통이 생긴다. 난 처음 보는 학우와 소통은 되도록 피했다. 지금은 조별 과제나 토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 낯선 학우와 소통이 많아지니, 원래 나를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변했다고 말했다. 다들 하나같이 내가 수동적인 사람에서 능동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평소 주변 친구들을 지켜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친구 따라 덩달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나였다. 항상 친구가 결정을 했고, 난 따랐다. 사실상 지금까지 한 결정 중 대부분은 온전히 나의 결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소한 것 하나 내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새 학기가 되면 교내는 동아리 모집으로 분주했다. 중학생 때 많은 동아리가 있었다. 그 중 나는 도서부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두려움에 가득 찬 나는 지원서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 친구 따라 봉사 동아리에 들었다. “혼자서라도 지원해 보지.”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혼자 무언가 하는 것이 몹시 두려웠다. 이 점에 대해서 아직도 후회가 된다. 후회만 할 뿐, 고쳐지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도 지원해 보고 싶었던 방송부 동아리를 포기했었다. 반복되는 포기에 ‘왜 그때 그 동아리를 지원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상황이 다시 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남는 미련보다 혼자 낯선 환경에 남겨져 적응하는 것이 더 두려웠다.
현재 대학생이 된 나. 교내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경남대 학보사 61기 수습기자 모집’이라는 대자보를 보고 지레 포기를 했다. ‘하고 싶어도 혼자는 못하겠지’라며 생각하고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보이는 대자보에 이번에도 못하면 후회가 될 것 같았다. 한 번은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 그 용기를 내는 데 딱 3일이 걸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고, 학생기자실 문을 두드렸다.
지금 나는 학보사 61기 수습기자 과정을 밟고 있다. 기자실 문을 용기 내어 두드리기까지의 과정은 힘겨웠다. 결과에 나는 만족한다. 딱 한 번 낸 용기가 지금까지 생긴 아쉬움을 다 보상해 주고 있다. 겁먹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후회가 될 걸 알고 있지만, 코앞에 있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나는 그들이 잠깐의 용기를 발휘해 평생 짊어질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예빈(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