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절차탁마(切磋琢磨)
[한마 아고라] 절차탁마(切磋琢磨)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6.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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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직장을 두고 중년의 나이에 타국에서 새로 공부를 한다는 결심은 대단한 것이다. 내가 유학을 결심하게 된 원인은 박사학위를 취득해야겠다는 욕구가 분출했기 때문이지만 계기는 따로 있었다. 2018년 여름, 경남대학교 조기조 대학원장님 일행이 ‘지니시’의 ‘쥰이사범대학’을 방문하셔서 설명을 해 주셨기에 자세한 질문과 함께 정보를 얻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쥰이사범대학에서는 다른 9명의 교수와 본인을 포함한 10명이 박사과정을 결심하고 2018년 9월, 경남대학교에서 첫 학기를 시작하였다. 2018년 9월 1일, 중국의 상해를 거쳐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하였고 학교의 도움으로 기숙사에 짐을 풀었다.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남대학교는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언덕에 자리 잡은 캠퍼스로 사계절이 다 아름다운 곳이다.

  유학 생활이란 고행의 길임을 각오는 했지만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절감했다. 성악을 전공한 나는 다행히도 성악가이자 훌륭한 임성영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소개받았다. 임 교수님은 나중에 알았지만 독일의 쾰른 음악원을 졸업한 유명한 소프라노 성악가이셨고 학위 취득 시까지 많은 것을 챙겨주신 어머님 같은 분이셨다. 작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보내주신 마스크는 쓰고 버릴 수가 없어서 평생의 기념품으로 간직하려 보관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매일의 생활은 성악과 음악 이론, 그리고 한국어 공부로 바빴다. 한국어 공부는 힘들었다. 우선은 간단한 생활 표현과 명사 중심으로 익히지만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번역 앱이 있어서 그나마 위기는 해결할 수가 있었다. 중국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걸으며 토론을 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은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 관리에도 유익한 일이었다.

  한국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2020년 3월을 앞두고 많은 갈등이 있었다. 방학 동안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고민을 한 것이다. 당시에 중국에는 상황이 심각했었다. 우리 음악과 박사과정 1기생 10명 중 상당수가 휴학을 결심하였지만 나는 고민 끝에 강행을 했다. 한국에 와서 2주간의 격리가 힘들었지만 잘한 일이다. 사실 바이러스 때문에 외부 활동이 위축되니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있다.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학교에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남해안의 섬, 매물도를 구경한 것이다. 통영에서 배를 타고 바닷바람을 쐬며 그림 같은 섬들을 지나 매물도에 오르고 섬을 일주한 것은 환상적이었다. 또 기억에 남는 일은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우리 유학생들에게 통영시를 구경 시켜 주시고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연주를 관람시켜 주신 것이다. 대학원장님의 주선으로 우리는 동피랑을 포함해서 통영의 명소를 구경하고 저녁을 먹은 뒤 국제음악당에서 연주회를 관람하였다. 또 다른 날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들로 구성된 콰르텟 연주는 우리 음악과 박사과정 1기생 10명에게 제공된 특별한 배려였다. 평생의 선물이다.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하고 논문을 제출하자마자, 나는 지난 12월 24일, 인천에서 중국 광저우로 돌아왔다. 아쉬운 것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에 사정이 좋아 학위 수여식을 하면 참석하여 가운을 입고 사진을 남기고 싶다. 중국에서 교육부의 인증을 받았고 새 학기를 맞아 강의를 하고 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본인도 힘든 일이었지만 도와주신 분들의 정성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선 음악학과의 교수님과 논문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표한다. 교수님들은 세계적인 연주자와 성악가들이시다. 많은 것을 배웠다. 첫 심사를 하면서 쏟아진 지적에 눈앞이 캄캄했었다. 그러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중국에서 온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배대용 선생님과 국제교류실 선생님들은 프로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는 용기를 주었다. 중국의 속담에 “어려움을 겪어야 마스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경남대학교에서의 유학 생활, 좋은 인연에 감사드리며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왕더차이(王德才) (대학원 음악학과 졸업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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