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당선: 김영욱(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3)
3c9
마당을 쓸어 보았나요
아직 흙이라고 할 수 없는 작은 돌들이
대비에 쏠려 모여 있었지요
만져 보았습니다 순간
슬픔인지 기쁨인지
떨리며 전해 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눈 감았습니다
작은 돌들이 여기까지 온 시간을 생각하며
작은 돌의 틈에서 우주의 나이를 느끼고
내 몸에서 우주의 나이를 느끼고
나 역시 어느 별의 조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가만히 눈 감아보세요
그리고 시간을 느껴보세요
저 위에 밤하늘을 보세요
당신도 어느 별의 조각이지요
우주에는 끝이 있다고 합니다
그 주변에 퀘이사 3C9라는 별이 있었답니다
3C9의 빛이 지구 나이 두 배인 백 억넌을 달려
우주에 반지름을 그었습니다
백 어 넌 전에 이미 사라진 별을 본 것이지요
어느 지구인이 그 별에
3c9라는 이름을 지었어요3c9,
퀘이사에 이름 짓는 것과 같이
우리의 삶이나 사랑은
서로의 죽음이나 이별에
이름 짓는 일이 아닐까요
지금 우주의 끝 가까이에는
퀘이사 3C9라는 별의 이름만 남아있지요
3·15청년문학상 시 심사평
제2회 3·15청년문학상 본심까지 오른 이는 <3c9> <궤적사진> <페르소나>를 투고한 3명이었다. 모두 시적 형성력이 탄탄하고 사물을 보는 눈이 개성적이어서 앞으로 시인으로서의 역량이 기대되었다.
<3c9>는 시상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억지스러움이 없었다. 인간과 별이 이 우주 속에서 서로 동질적 존재라는 인식이 이 시의 바탕을 이룬다. 이러한 인식은 인간으로서의 내 존재의 가치와 근원을 질문하고 성찰하고 있다. 시적 사고(思考)의 폭이 넓고 깊어 앞으로 시를 쓸 수 있는 미래가 가장 엿보인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정했다.
<궤적사진>은 ‘나 → 아버지 →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3代의 연속성을 행성에 빗대어 인간 삶의 궤적을 다루고 있다. 시를 발견하는 눈은 밝고 신선하나 의미 간격의 폭이 넓어 전달력이 약한 것이 흠이다. 특히 ‘문명국가에선 살인도 젠틀해야 한다’는 표현의 의미가 과연 합당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페르소나>는 무척 솔직하고 개성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다. 특히 <면접- 모두 평등하지 않아, 나도 특별하지 않을 뿐>은 오늘을 사는 청년 세대의 일상적 고통을 재치 있고 재미있게 표현해 그 아픔을 더 깊게 느끼게 한다. 그러나 시는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비록 현재적 삶의 얼굴이 가면이라 하더라도 그 가면을 벗겨야 그 속에 시가 있을 것이다. 가면 그 자체는 시가 아니다.
심사위원: 정호승, 박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