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칼럼] 미래가 없는 불량 학생
[교직원 칼럼] 미래가 없는 불량 학생
  • 언론출판원
  • 승인 2018.05.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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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20일, 우리 대학의 졸업생으로서 사회에 한 발자국 나아갔다. 4년 동안의 대학 생활이 끝난다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 믿었다. 새로운 무언가가 찾아올 거란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은 아무 노력 없는 바보에게 부질없는 희망만 심어 주었다. 그 흔한 자격증조차 없는 나를 조심스레 들여다보니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무언가는 타인의 손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의 미래는 내 손으로 만들어야 했다.

  졸업을 하고 2달의 기간을 허송세월했다. 겨우 2달을 허송세월로 표현한다는 게 우습지만 나에게 60일이란 시간은 걱정 가득한 힘겨운 나날이었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스펙 쌓기였다. 우리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토익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했는지 이유도 없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그 안도감은 게으름으로 바뀌고 출석을 소홀히 하는 불량 학생이 되어 있었다.

  집에서 용돈을 받아 쓰고 있는 나는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간단한 내 용돈이라도 벌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구인 광고와 관련된 스마트폰 어플을 하루 종일 보았다. 주변 지인들에게 간단한 일자리가 있는지 연락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것이 우리 대학 행정 조교였다. 이력서를 적을 때만 해도 합격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세울 만한 자격증이 없기 때문이었다.

  미래가 안 보이는 불량 학생은 2018년 5월 1일 부로 ‘경남대학교 통일교육선도대학 육성사업단’의 행정 조교가 되었다. 통일교육선도대학은 전국에서 단 6개의 대학에 지정되어 사업단이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중요한 사업단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통일에 대해서 지식도 없고 관심마저 없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일단 해 보자.’였다. 처음부터 합격에 확신이 없던 자리를 도전했을 때의 자신감으로 헤쳐 나가자는 생각이었다.

  독자는 지금의 이 도전이란 말은 앞에서 말한 ‘노력이 없는 미래가 안 보이는 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게으름으로 바꾼 나’에 비교해 보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글을 적는 나조차도 나의 글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키보드에 ‘지우기 버튼’을 꾹 누르고 처음부터 좋은 내용, 나의 자랑들로만 이 하얀 종이를 채워 넣고 싶다. 하지만 난 지우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가야겠다. 나의 후회되는 기억을 지우지 않고 끌어안고 가겠다. 노력이 없던, 게으름 피우던 나를 기억해야 지금의 내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미래를 내 눈앞에 두는 날까지 노력하겠다.

하헌욱(통일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단 행정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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