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좋은 경험
실패는 좋은 경험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5.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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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을 생각해보니 작년 여름 나의 꿈을 향해 달려가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작년, 나는 체대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체대 입학을 꿈꾸던 나는 부모님과 상의해 체대 입시학원을 등록하기로 했다. 우리 집과 가까운 거리에 체대 입시학원이 있었지만, 상담을 해보니 내가 생각하는 입시에 대한 생각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집과 꽤 거리가 있는 학원으로 가게 됐다. 당시 내 생각으로는 무조건 대학을 바라보며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학에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대학을 위해 다니는 학원이지만 대학보다 내가 발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보단 내가 주체가 되고 싶었다.

  그때부터 나의 생활은 체대 입시와 입시학원 시간에 맞춰지게 됐다. 그로 인해 기존에 다니던 수학학원의 시간을 조정하기도 하고, 생활 패턴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몸이 피곤해져 학교 수업 시간에 종종 졸기도 하고, 약간은 힘이 떨어지는 기운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을 변화보다 나는 나 자신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항상 게으르고 불규칙적이었던 나의 삶이 규칙적으로 바뀌게 됐고 군것질과 과식을 안 하게 되었다. 또한 사소한 실수로 인해 빚어지는 부상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부상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 전엔 친구들과 쉽게 하던 장난으로 부상을 입은 적도 있었다. 특히,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축구가 부상에 직격이기 때문에  조심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입시 운동은 몸으로 하는 것만이 아닌 머리도 잘 써야 한다. 원장님께서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더 빨리 기량이 향상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원장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나의 몸과 운동 기록에 대한 생각을 진짜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나에겐 악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나는 기록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얄밉게도 처음부터 잘하는 친구들이 꼭 있었다. 그 친구들을 보면 나는 또 생각에 잠기곤 했다. 나의 기록은 정말 천천히 느는데 처음 하는 친구가 나보다 기록이 좋게 나왔을 때, 그 기분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게 나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시간이 흘러도 기록은 늘지 않았고 오히려 줄어들 뿐이었다. 그렇게 점점 기록이 줄고 처음 등록했을 때의 기록을 다시 보게 된 날, ‘내가 지금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대적인 패배 의식과 좌절감을 맛보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점점 지쳐갈 무렵, 어느샌가 내가 조심하던 것, 두려워하던 것에 대해 무뎌지고 말았다. 학교 체육 시간,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공이 차고 싶어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소소하게 6명이 서서 공을 주고받았다.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축구는 즐거웠다. 나는 그 순간에도 가볍게 공만 주고받으면 아무 일 없을 줄 알았다. 그렇게 친구들과 공을 툭툭 차면서 운동장에서 격하게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나에게 경고라도 하는 듯, 한순간에 발목이 꺾였다. 그때, 나는 꺾어진 발목 생각보다는 나의 꿈과 그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던 순간들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제서야 나의 꿈을 향해 무뎌진 마음에 대한 책망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통깁스를 했고 운동을 쉬게 되었다. 수능 한 달 전이었다.

  나에게 슬럼프가 왔을 때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겐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아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 원장님의 심정도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때 나는 수십 번, 수백 번을 생각하고 고민했다. 만약 그때 기록이 다시 좋아지고 다치지 않았다면 그건 슬럼프가 아닌 그냥 약간의 하락세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나는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해 꿈에 그리던 진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재의 상황도 만족한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내 인생에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고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됐다. 나는 앞으로도 나의 가치관대로 내가 주체가 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최태성(스포츠과학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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