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손맛
짜릿한 손맛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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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행복하게 하는 것들, 또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주로 활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헬스장에서 운동하기, 자전거 타기 등 몸을 쓰거나 땀 흘리는 것이 나에게 맞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는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낚시가 지금껏 내 삶에서 가장 보람차고 많은 기억이 남아있다.

  낚시는 끈기와 인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실 운동과 공통점이 많다. 운동도 힘들지만 매일매일 끈기를 가지고 내가 정한 몸무게나 근육량 등 목표를 이룰 때까지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잡기 위해 하루 종일 바다만 쳐다보며 힘들고 지루한 과정을 이겨내야 하는 그 끈기와 노력이, 내가 좋아하는 운동과 낚시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낚시는 나에게 달리기와도 같다. 숨이 차오르고 포기하고 싶지만 언제 목표 지점에 도착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멈추고 싶지만 결국 내가 정한 지점까지 도달하게 한다. 그때 느끼게 되는 성취감은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취감은 낚시를 하면서도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오랜 시간 동안 서서 무거운 낚싯대를 들고 바다에 떠 있는 찌를 보는 것은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언제 입질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중간에 낚싯대를 들어 올릴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매번 허탕만 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견뎌내고 결국 내가 원하던 것을 낚았을 때 느끼게 되는 그 짜릿한 성취감은 달리기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닮아 있다.

  또 낚시를 좋아하게 된 다른 계기는 나의 아버지 덕분이다. 아버지는 낚시를 매우 좋아하신다. 주로 돔, 숭어, 문어, 꽁치 낚시를 즐겨하시는데 아버지를 따라 하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낚시가 좋아진 것이다. 나는 돔이나 숭어, 문어 낚시를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입질이 올 때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면 순간적으로 흥분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꽁치 낚시는 쉽게 낚을 수 있고 떼로 지어 다니기 때문에 입질이 자주 온다. 하지만 손맛이 너무 가볍기 때문에 돔이나 문어, 숭어 같은 고기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묵직한 손맛을 느낄 수 없는 게 단점이다.

  숭어는 주로 겨울철 많이 잡히는데 나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근처가 제일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거기는 물이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 비해 수온이 높아 어른 팔만한 숭어를 잡을 수 있었다. 돔 낚시는 몇 년 전 남해바다에서 돔 양식장이 뚫렸다는 정보를 듣고 아버지와 한걸음에 달려가 잡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돔을 처음 낚아봤는데 바늘을 물고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과 거기서부터 전해져오는 힘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문어 낚시는 다른 고기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힘 싸움에서 좋은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작년 겨울철 아버지와 통영으로 문어 낚시를 간 적 있었다. 가기 전 낚시점에서 문어 채비를 단단히 하고 이후 작은 낚싯배를 빌려 어촌마을 앞바다에 굴 양식장 근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아침 7시 무렵 시작했지만 입질이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배를 타고 했던지라 뱃멀미도 심하고 그 날따라 파도도 많이 치고 바람도 많이 부는 날이었기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끈기를 갖고 파도가 울렁거리더라도 낚싯대를 놓지 않고 문어의 입질과 찌를 한참을 바라보며 멈추지 않았다. 3시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낚싯대 끝에서 전해져오는 진동이 내 손바닥을 감싸면서 대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줄을 감기 시작했고 마침내 올라온 문어는 생각보다 작았다. 나는 적잖이 실망을 하긴 했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시작했다. 그 후 4시간의 긴 기다림 끝에 머리만 한 문어 7마리를 잡게 되었다.

그날의 문어 낚시는 날씨가 나의 편이 아니었다. 파도도 심했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 손이 찢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나는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자’라는 좌우명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고 ‘안되더라도 일단은 해보자’라는 마인드가 그날 잊지 못할 손맛을 보상으로 다가 온 것 같다. 그때의 문어 낚시를 이후로 나는 그때의 기억 떠올리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다시금 바다로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안현재(소방방재공학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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