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야
[월영지]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야
  • 정주희 기자
  • 승인 2021.04.12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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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사실 동성애자야.”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던 도중 A가 내게 말했다. 이 말 한마디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나에게 말해준 A에게 놀란 표정을 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했었다. 놀란 이유는 나 자신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었다. 내 주변에도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또, 한편으로는 나를 믿고 커밍아웃을 해줘서 고마웠다. 그날, A와 나는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A의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동성애자에 대해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사는 삶과 그들의 삶이 다르니 딱히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나와 가깝게 지내는 A가 동성애자였다는 걸 안 순간, 성소수자들에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반성하게 됐다. A는 내게 “친구들은 내가 동성애자인 걸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물어봤다. 나는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친구들은 동성애를 혐오했던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A를 포함해 친구들과 같이 놀던 중에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친구들은 A가 동성애자인 걸 모르고 “동성애자는 더러워”, “그건 정신병이야.” 등 입에도 담지 못할 얘기를 자기들끼리 깔깔 웃으며 나눴다. 친구들은 혐오를 나타내는 언행을 가리지 않았다. 평소 혐오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혐오 표현이란 인종, 종교, 성별, 나이, 장애, 성적 취향 등을 근거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선동적이고 위협적인 표현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혐오 표현을 내 친구들이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내게 커밍아웃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학교를 자퇴했다. A가 다니던 학교에서 A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퍼져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내게 자신이 받은 혐오 표현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지만, A 혼자 견뎌야 했을 힘든 시간이 어느 정도였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A는 그저 다름을 인정해주길 바랐을 뿐이다. 연예인 홍석천은 21년 전, 커밍아웃 이후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방송을 하차한 적이 있었다. 댓글 중 99%가 악성 댓글이었고 1%의 응원 댓글 밑에 또 수십 개의 악성 댓글이 달렸었다고 말했다.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오늘날은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아직 혐오 표현은 계속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지금, 혐오 표현도 자유일까?

  혐오 표현이 혐오 범죄까지 이어지며 세계 곳곳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혐오 범죄는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누리는 제일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당하는 범죄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만큼,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고 배척하는 행동도 이젠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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