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문화일까 아동 학대일까
[월영지] 문화일까 아동 학대일까
  • 정주희 기자
  • 승인 2021.03.3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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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예전에 즐겨보던 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보고 있다. 평소에 TV를 잘 안 보던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던 프로그램이 ‘비정상회담’이었다. 비정상회담 32회를 보면 ‘쿠마리는 아동 학대인가? 문화인가?’에 대해 각 나라 사람이 토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고 ‘쿠마리’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먼저 ‘쿠마리’란 처녀신을 뜻하며 네팔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숭배받는 존재다. 처녀신인만큼 보통은 어린 소녀가 초경을 하기 전까지만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2004년 UN에서 쿠마리에 대한 차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5년 네팔 법원에 쿠마리에 대한 탄원이 접수되며 쿠마리 전통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쿠마리가 왜 아동 인권 침해일까?

  쿠마리는 초경 이전의 3~6살 소녀 중에서 32가지 기준을 통해 1명만 선발된다. 여기서 32가지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기본적으로 석가모니와 같은 샤캬 족 출신이어야 한다. 또 몸에 상처나 병이 없어야 하고 치아도 빠진 게 없이 가지런해야 하는 등 외적 관련 기준도 있다. 모든 조건과 능력이 갖춰지면 마지막으로 소나 돼지, 양, 닭 같은 가축의 머리를 잘라서 놓아둔 컴컴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된다.

  쿠마리로 선발되면 가족과 떨어져 쿠마리 사원에서 지내야 한다. 붉은색 옷만 입고 붉게 화장해야 하며 1년에 몇 차례 사원을 나갈 수 없고 자신의 발로 땅을 디딜 수 없다. 가족 이외의 사람과 말도 할 수 없으며 정해진 시간에만 사람을 만난다. 그러다 초경을 시작하면 쿠마리에서 박탈된다. 이렇게 박탈된 소녀는 학교에 적응하기 어렵고 하체와 언어 발달이 늦어 처음부터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한다. 또, 쿠마리였던 여자와 결혼하면 남편이 일찍 죽는다는 속설로 인해 결혼하기도 쉽지 않다. 쿠마리였던 여성의 삶이 점점 힘들어지자 2008년 네팔 대법원은 ‘쿠마리 인권 보장’에 대한 법을 제정했다. 이후 쿠마리에게 교육을 보장해주고 친구를 만날 수 있게 하는 등 전보다 구속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아직 아동 인권 침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이 전통은 13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네팔의 자야 프라카시 말라 왕이 탈레주 여신에게 나라를 보호받았으나 금기를 어겨 여신이 떠나게 되었다. 여신은 떠나기 전, 나라가 다시 보호를 받고 싶다면 어린 소녀를 찾아 숭배하라고 명했고 이때부터 쿠마리 숭배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네팔에서는 문화의 차이라고 하지만 국제인권단체는 아동 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논란이 된 문화는 쿠마리뿐만 아니라 조혼풍습, 할례 등 다양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문화이며 또 어디까지 인권 침해인지 정확한 기준은 없다.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누구나 필요하다. 문화 상대주의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논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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