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는 사람들을 위하여
외치는 사람들을 위하여
  • 이강민 기자
  • 승인 2021.03.31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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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HappeningInMyanmar #Save Myanmar!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는 이들은 탱크 앞에, 총을 든 경찰과 군인 앞에서 있다. 총탄과 무력진압에 사상자는 늘어만 간다. 미얀마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사회부

 

  작년 11월 총선 결과, 아웅산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당은 83%의 득표를 얻으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2015년 총선에 이은 승리에 사람들은 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패배한 군부는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은 군부에 시민들은 불복종 운동을 선택했다

 

- 22222운동, 자국민을 향한 총구

  2021년 2월 22일, 사람들은 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들고 일어섰다. 1988년 8월 8일의 8888민주화 운동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22222운동이 되었다. 양곤과 만달레이 등 미얀마의 주요 도시마다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 상공에 전투기가 날아다닌다. 시위대를 쏘는 저격수는 물론이고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에게 위협 사격 없는 조준사격을 실시했다. 거리에서 구타는 기본이고 시위대를 도우려 했다는 이유로 구급대원을 폭행하기까지 한다.

  AAPP(The 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까지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위 현장에서의 총격 사상자도 많으며 시위 참여자를 색출한다며 집안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은 사람도 여럿이다. 일부는 야간에 마을을 급습한 군부에 의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했고 대낮에 거리에서 이유 없는 총격을 당하는 일도 있다. 유튜브나 트위터를 찾아보면 미얀마 군부가 주저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총을 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군부는 시위대에 의한 경찰의 피해도 있었다며 이 상황을 시민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 외치는 사람들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군부의 무차별 총격과 폭력진압으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지만, 시민들의 저항은 멈추지 않았다. 세 손가락 경례와 함께 여전히 사람들은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저항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고무탄에 대응해 안전모와 방패를 들고 나왔다. 안전모는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헬멧이고 방패는 드럼통을 잘라 만든 것이다. 실탄을 막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시민들은 이들에 의지해 군인과 경찰에 맞서고 있다.

  미신을 이용한 재치 있는 대응 방법도 나왔다. 미얀마에는 남성이 치마나 속옷이 걸려있는 빨랫줄 아래를 지나가면 불행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시위대는 진압을 늦출 방법으로 이를 활용했다. 거리에 빨랫줄을 걸어 위에 치마나 속옷을 걸어두면 그러한 속설을 믿는 군인이나 경찰이 그 아래를 빠르게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위대가 도망칠 시간을 버는 식이다.

  ‘필요하면 가져가세요. 꼭 살아 돌아오세요.’ SNS를 통해 조끼와 헬멧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사진에 함께 들어가 있던 말이다. 사람들이 덜 다칠 수 있도록 보호 장구를 나눠주겠다는 게시물에는 사람들의 향한 응원과 함께 걱정이 담겨있다.

  어떤 이들은 시위에 나서기 전, 팔뚝에 이름과 혈액형 그리고 가족의 연락처를 적는다. 시위를 진압하는 군인과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조준 사격을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제든 총에 맞아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진짜로 죽을 수 있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뒤, 가족에게 알려지기라도 하려면 어딘가 연락처가 남아야 한다. 가족을 두고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팔뚝에 연락처를 적는 이유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연대 공동대표는 미얀마 현지의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참혹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군인들의 총격으로 다친 사람이 병원에 가더라도 병원비가 없어 총상을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꼭 필요한 약들은 현지의 일반 가정에서 감당하기에 경제적인 부담이 큽니다.”

 

- MZ세대, 표현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내 전 남자친구도 나쁘지만, 군부는 더 최악이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중심엔 MZ세대가 있다. 이들은 단순히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스마트폰으로, 틱톡으로, 트위터로 미얀마 사태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재치 있는 구호나 팔뚝의 메시지, 현장 영상 공유 등으로 사람들에게 미얀마의 상황을 보여주거나 ‘#WhatsHappeningInMyanmar’, ‘#SaveMyanmar!’ 등 해시태그를 통해 동참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매스컴에 ‘미얀마 태권 소녀’로 알려진 치알 신(Kyal Sin). 춤추기, 태권도를 좋아하던 19살은 시위에서 머리에 맞은 총탄에 눈을 감았다. 티셔츠에 쓰인 문구 ‘every thing will be OK’와 군경을 피해 달리는 모습이 영상으로 함께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군부는 치알 신의 장례식이 끝난 뒤, 묘지에서 강제로 시신을 파냈다. 원치 않는 부검을 진행하고 그 죽음이 경찰의 탓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인터넷도 통제하고 있다. AAPP의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중 적지 않은 인원이 10대에서 20대다.

 

- 왜 해결되기 어려울까

  사실 미얀마의 군부 독재와 민주화 운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는 1962년, 1988년의 쿠데타와 8888민주화 운동 등 여러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은 쿠데타와 군부 독재 속에서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헌법과 군대가 있다.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뒷받침해야 할 헌법이 지만 지금의 미얀마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의 상원과 하원은 총 664석이다. 하지만 군부가 2008년 만들어놓은 헌법은 25%의 의석을 군부에 먼저 할당하고 나머지 498석만 선거에서 뽑는다. 헌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군부가 25%를 가지므로 쉽지 않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 대통령으로부터 권력도 이양받는다. 이와 함께 국가 비상사태의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민주화를 원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얼마든지 무효화 할 수 있다. 2015년 민주주의민족동맹당이 선거에서 승리하였고 그에 이어 작년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득표를 보이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모습에서 제도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얀마 사태는 먼 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 일이고 우리와 같은 어린 청춘의 일인지도 모른다.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먼 미래에 우리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대학생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순간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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