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희망이란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절망은 없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희망이란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절망은 없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3.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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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소리 중에 ‘단가(短歌)’라는 것이 있다. 단가란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짧은 노래’를 말한다. 계절적으로 요즘, 봄이란 판소리 완창으로 가기 전의 목을 푸는 단가가 아닐까 싶다. 내가 즐겨 듣는 단가 중에 ‘사철가’가 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분명코 봄이로구나/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쓸쓸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오날 백발한심하구나.’

  목 풀이 노래지만 사철가에 추임새 넣어 가며 다 듣고 나면 눈물이 어린다. 공감이 간다는 말이다. 지금 계절이 봄의 초입인 듯싶지만 이내 빠른 속도로 봄은 몰려올 것이다. 급히 몰려와 머물 것이 아니어서 서둘러 갈 것이다. 벚꽃의 고장 진해는 올해 또한 ‘군항제’를 취소하기로 했다. 벌써 피는 벚꽃이 있는데, 사실 축제는 파장이 난 셈이다.

  봄의 상징은 희망이지만 ‘코로나19’ 2년 차인 요즘은 봄은 일어서기에도 주저앉기에도 어정쩡한 계절이며 무정한 세월이다. 벚꽃이 피면 ‘진해로 오세요’란 따뜻한 손짓이 ‘군항제가 취소됐습니다. 방문을 삼가주세요.’란 냉정한 거부로 사람의 마음을 밀어낸다. 그래서 장복터널을 지날 때마다 변심한 애인의 절교 선언을 보듯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오는 봄을 이렇게 보내서 되겠나 싶다. 굳이 ‘버스킹’이 아니라도 월영캠퍼스에 벚꽃이 필 때 누군가가 꽃을 위해 바이올린이나 첼로 연주를 한다면? 하얀 편지지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부쳐 바다색 잉크에 펜을 찍어 마산의 봄 안부를 전하다면? 꽃을 위해 멋진 휘파람이나 하모니카를 불어준다면? 지나가는 봄에 그런 로맨틱한 청춘의 ‘마킹’을 남겼으면 좋겠다.

  봄이 왔다가 떠나가는 나무에 내년 봄에 바라는 각자의 메모를 적어 남기고 싶다. 열매 같이 달아 그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우리 모두 따뜻한 희망을 적어 내년 봄에 펼쳐 놓고 지금의 아쉬움을 위로하고 싶다. 코로나19가 오래가니 지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고 싶은 섬이 아닌 점점 멀어지는 섬을 떠나지 않게 불러야 한다. 더 이상 휴머니즘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따듯하게 안아 지켜나가야 한다.

  백신 보급이 빨라지고 있다. 그 여유로움으로 우리가 모두 건강한 항체를 가질 때 다시 맞이하는 2022년 봄부터는 삶에 위로를 선물하고 싶다. 순환하는 계절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우리의 호흡이 그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길 바란다. 너와 나 사이에 ‘와’가 없어지고 하나가 되는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가길 바란다.

  인류가 이 위기의 시기를 겪었다는 것은 훈장의 다름 아니다. 물론 인류에게 더 큰 위기가 찾아오겠지만 지난 시간을 돛대 삼아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이란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절망은 없다. 귀하게 와서 아쉽게 사라지는 봄일지라도 절망하지 말자. 더 크고 찬란한 희망의 봄이 분명히 우리를 찾아올 것이니. 파이팅!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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