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항상 첫 시작은 두려우니까
[월영지] 항상 첫 시작은 두려우니까
  • 정주희 기자
  • 승인 2021.03.03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월영지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월영지는 편집국장만 쓸 수 있어서 특별해 보였다. 객관적으로 써야 하는 기사와 달리 월영지에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추가할 수 있다. 약 2년 동안 학보사를 하면서 많은 학보를 발간했다. 발간 전 교열을 위해 1면부터 9면까지 읽을 때마다 월영지를 보며 “내가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가졌다. 국장이 되어 월영지를 쓰고 싶은 마음과 국장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마음이 계속 번갈아 가며 들었다.

  학보사를 들어오기 전 수많은 고민을 했다. 같은 과 동기에게 “같이 들어갈래?” 라고 물어보니 이미 자신은 수습 기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힘입어 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친구와 함께라면 힘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내 학보사 생활은 어느 새 국장이라는 큰 자리까지 맡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부반장이나 방송부장을 맡아본 적은 있었지만, 물질적인 보상 없는 순수한 내 의지였다. 그래서 실수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학보사는 활동비를 받고 일하는 대학언론기구이기 때문에 실수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실수가 잦고 덤벙대는 나에게 국장 직책은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약 2년의 학보사 기자 생활 동안 2명의 국장을 거쳤다. 먼저 내가 수습기자, 정기자일 때 국장이었던 A 선배는 포근함과 엄격함 둘 다 지닌 분이었다. 기자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있었고 무슨 일이든 척척 해냈다. 학보사에서는 엄격하지만 든든한 국장이었다. 그러나 사적으로 만날 때는 웃는 얼굴이 예쁘고 가끔은 기댈 수 있는 포근한 선배였다. 상반되는 성격인 엄격함과 포근함 둘 다 가지고 있기에는 쉽지 않지만, A 선배는 둘 다 가지고 있었다.

   A 선배 이후 B 선배가 국장이 되었다. B 선배는 한없이 착하고 쓴소리 못 하는 사람이라 사실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B 선배는 자신의 장점인 성실함을 극대화해 기자 들이 하지 않으면 직접 발로 뛰었다. B 선배가 국장일 때 학보사에 여러 일이 있었고 힘들어하는 기자들도 많았다. B 선배는 국장으로서 다 감싸고 달래 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내가 정말 믿고 따랐던 A 선배와 B 선배가 잘 이끌어 온 학보사를 내가 망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끊임없이 들었다. 내가 되고 싶은 국장은 뭐든 척척 잘 해내고 가끔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국장이다. 그런 국장이 될 수 있을지 벌써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학보사라는 뜻깊고 잊지 못할 기억 덕분에 먼 훗날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기소개서에 한 줄 채울 용도뿐만이 아니다. 미래의 내가 볼 때 과거의 나는 국장이 되기 전 두려움과 불안감을 안고 있었지만 결국 이겨냈다는 자신감도 함께 얻을 것이다. 그래서 뭔가 시작하려 할 때 이 자신감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으로 바뀔 내가 벌써 기대된다. 아직은 나를 ‘국장님’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어색하고 낯설다. 언젠가 국장님이라는 소리가 익숙해질 때쯤 내가 바랬던 국장의 모습이 되어 있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4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