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human is to be interhuman.”
철학자 정화열이 한자어 ‘인간(人間)’을 영어로 풀이한 말로, 인간성의 본질이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정말 그렇다. 나는 관계 속에서 나의 인간됨을 경험한다. 나는 아내 덕에 남편일 수 있고, 탄이 덕에 아빠일 수 있다. 남편, 아빠라는 정체성 덕에 나는 이 세상에서 의미를 갖는다.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인-간이 되는 길은 커뮤니케이션 속에 있다. 나는 대화하며 아내를 이해하게 되고, 탄이와 교감하며 책임감을 갖는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은 관계의 수준을 결정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나의 인간됨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0년 3월, 나는 경남대 교수가 됐다. 그런데 2020년 1학기에는 나 스스로를 교수라 여기기 쉽지 않았다. 명함, 연구실 명패, 학과 웹사이트, e-class, 그리고 교수 회의는 내가 교수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지만, 그 사실이 실감나지는 않았다. 내가 교수로서 나를 확장해 나가려면 학생들과의 관계가 필요하고, 관계를 쌓으려면 소통이 필요한데, 그 소통의 대부분이 원격으로, 게다가 시간차를 두고 이뤄지다보니 학생들과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2학기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대면 강의를 하긴 했지만, 교수로서의 정체성을 갖기엔 그 기간이 너무 짧았다. 얼굴의 반을 덮은 마스크가 학생들의 이름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되는 등 소통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렸다.
이런 내게 지난 11월 27일에 열린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2020 가을문화제’는 그 테마처럼 ‘선물’과도 같았다. 가을문화제는 학생들이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행사 운영과 진행까지 도맡아 매년 열리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만의 축제다. 나는 학생들이 제작한 영상들을 보며 내 학생들이 누구인지, 내가 누구여야 하는지 깊이 경험했다. 나는 이토록 밝고 끼 많은, 흙속 진주 같은 학생들의 교수이구나. 게다가 학생들은 내게도 소통의 기회를 줬다. ‘신임교수와의 토크쇼’ 게스트로서 나는 1학년 학생들이 손수 적어 낸 질문을 토대로 나의 사생활의 일부를 드러냈다. 학생들이 내 삶에 한 발자국 더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주고받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의미 있는 누군가가 되어 갈 테지. 교수되기의 시작이다.
신우열(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