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칼럼] 교수되기
[교직원 칼럼] 교수되기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12.02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o be human is to be interhuman.”

  철학자 정화열이 한자어 ‘인간(人間)’을 영어로 풀이한 말로, 인간성의 본질이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정말 그렇다. 나는 관계 속에서 나의 인간됨을 경험한다. 나는 아내 덕에 남편일 수 있고, 탄이 덕에 아빠일 수 있다. 남편, 아빠라는 정체성 덕에 나는 이 세상에서 의미를 갖는다.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인-간이 되는 길은 커뮤니케이션 속에 있다. 나는 대화하며 아내를 이해하게 되고, 탄이와 교감하며 책임감을 갖는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은 관계의 수준을 결정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나의 인간됨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0년 3월, 나는 경남대 교수가 됐다. 그런데 2020년 1학기에는 나 스스로를 교수라 여기기 쉽지 않았다. 명함, 연구실 명패, 학과 웹사이트, e-class, 그리고 교수 회의는 내가 교수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지만, 그 사실이 실감나지는 않았다. 내가 교수로서 나를 확장해 나가려면 학생들과의 관계가 필요하고, 관계를 쌓으려면 소통이 필요한데, 그 소통의 대부분이 원격으로, 게다가 시간차를 두고 이뤄지다보니 학생들과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2학기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대면 강의를 하긴 했지만, 교수로서의 정체성을 갖기엔 그 기간이 너무 짧았다. 얼굴의 반을 덮은 마스크가 학생들의 이름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되는 등 소통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렸다.

  이런 내게 지난 11월 27일에 열린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2020 가을문화제’는 그 테마처럼 ‘선물’과도 같았다. 가을문화제는 학생들이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행사 운영과 진행까지 도맡아 매년 열리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만의 축제다. 나는 학생들이 제작한 영상들을 보며 내 학생들이 누구인지, 내가 누구여야 하는지 깊이 경험했다. 나는 이토록 밝고 끼 많은, 흙속 진주 같은 학생들의 교수이구나. 게다가 학생들은 내게도 소통의 기회를 줬다. ‘신임교수와의 토크쇼’ 게스트로서 나는 1학년 학생들이 손수 적어 낸 질문을 토대로 나의 사생활의 일부를 드러냈다. 학생들이 내 삶에 한 발자국 더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주고받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의미 있는 누군가가 되어 갈 테지. 교수되기의 시작이다.

신우열(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4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