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께
사랑하는 선생님께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12.0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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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생이 일흔 명 남짓 되는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덧 7년이 되었다. 학생 수가 워낙 적어 전교생 그리고 모든 선생님과 6년 동안 오순도순 잘 지낼 수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친구들과 놀기에만 바빠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나 또한 교사라는 꿈을 향해 살아가면서 선생님들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애쓰셨는지 인제야 깨닫게 되었다. 난 선생님들 중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나종석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무표정이셨던 선생님의 첫인상은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듯 나에게 무섭게 느껴졌다. 그러기에 새 학년의 기쁨보단 혼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선생님은 수업에 늘 열정적이시고 때론 썰렁한 농담까지 던지시는 아빠 같은 선생님이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나의 음악적 역량을 키워주신 선생님이라는 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바로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나종석 선생님이시다.

  따사로운 햇볕이 쨍쨍 내리비치는 어느 여름날, 나와 친구는 교실 뒤에서 놀고 있었다. 업무를 보고 계셨던 선생님께서 대뜸 일어나시더니 내 쪽으로 오셨는데, 그러고는 내게 작곡 같은 것도 잘하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 당시 피아노 학원만 다닐 때라 작곡은 전혀 안 해 봤지만, 무슨 용기가 있었는지 사물함에서 음악 공책을 꺼내 즉석에서 곡을 만들어보았다. 생각보다 곡이 술술 써지자 나는 선생님의 권유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예능경연대회에 나가게 되었고 은상을 받았다. 그 상은 내 인생에 있어 처음 받은 값진 음악상이다. 상을 받은 계기로 난 음악에 더욱더 흥미가 생겨 그 다음 연도에도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였고,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러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였다. 그때 선생님의 권유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음악을 했을까 싶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시간이 흘렀다.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선생님을 꼭 찾아뵈어야지 생각은 했지만, 막상 선생님이 날 기억하시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연락을 미루고 미뤘다. 이러다 문득 선생님이 교단에 안 계시면 어떡하지 싶어 올해 스승의 날엔 꼭 연락을 드리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올해 3월, 우연히 선생님이 계신 학교를 알게 되어 친구와 나는 스승의 날에 뵙고 싶다고 마음을 다해 편지를 썼고, 옛날 사진들과 함께 학교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내 기억 속 선생님도 서서히 잊혀가나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내 꿈에 나타나 나의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했다. 결국 스승의 날 당일 예전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선생님 번호로 스승의 날 축하 문자를 드렸다. 10분 정도 지나자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는데, 나는 선생님의 답장에 목메도록 울었다. 선생님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바빠 정신이 없어 답장을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고, 10년이 흘러 어엿한 숙녀가 되다니 그리고 예비 음악 선생님이라니 축하하고 고생 많았다고 나에게 답장을 보내셨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이 내게 선생님이라 하다니 행복하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선생님을 만날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했다. 그래도 답장을 받으니 그동안의 그리움이 해소되는 것만 같았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선생님은 교감 선생님이 되셨다고 한다. 메신저 사진 속 선생님의 흰머리를 보니 선생님이 늙어가는 동안 왜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는지 후회의 파도가 밀려왔다.

  내가 사는 동네엔 자그마한 호떡 가게가 있다. 나는 아직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선생님 생각이 난다. 추운 겨울날, 나와 친구들을 집 근처까지 태워다 주시며 호떡 사 먹으라고 꼬깃꼬깃한 천원 몇 장을 손에 쥐여주셨던 선생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선생님의 따뜻했던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아낌없는 베풂을 먼 훗날 나의 제자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선생님은 투철한 사명감과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최선을 다하셨고 교육 현장에서 여러 상을 받으실 만큼 교육 발전에 공헌하는 분이셨다. 선생님께서 나의 음악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애쓰셨듯이, 나도 학생들의 잠재력을 길러주는 교사가 되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지도해주시고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신 선생님께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김미연(음악교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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