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칼럼] 사회적 인정의 재분배
[교직원 칼럼] 사회적 인정의 재분배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11.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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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이라는 개념을 구성하는 몇 가지 필요조건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공은 평균보다 월등히 많은 양의 권력, 부 그리고 명예를 함의하고 있다. 성공과 관련한 한국 사회의 한 특징은 이 세 가지 다른 요소가 한 세트로 묶여 있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누려온 직업 집단을 특권 집단이라 부르는데, 대표적으로 의사와 검사 등이 이에 포함된다.

  최근 이 집단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누려온 특권에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정부의 정책이나 시대의 요구에 어울리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겠다, 내 위에는 누구도 있을 수 없다는 등의 행태다. 의사와 검사는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평균보다 월등히 많은 양의 인정(認定)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누리고 있는 인정의 양에 상응하는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동안 이들은 너무 많은 특권을 누려왔다. 그 사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자신들이 누려온 ‘특별한’ 혜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이들이 사자의 몫(lion’s share)을 통째로 누려야 할 정당한 근거는 없다. 나르시시스트적 자기인식과 이기적 집단행동은 스스로를 사회적 인정의 부적격 존재로 드러낼 뿐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들보다 크거나 최소한 작지 않은 기여를 하면서도 사회적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팬데믹으로 가중된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권이라고는 1도 없이 사회적 몰인정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이 비단 사회복지사뿐이랴.

  인정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권력과 부의 공평한 분배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정의 재분배를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자원과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상쇄시킬 수 있다. 칭찬하는 데에 큰 물질적인 노력은 들지 않는다. 돈과 권력으로 보상받지 않더라도 인정을 받게 될 때 사람들의 동기는 강화될 수 있다. 인정 구조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촉진제가 된다. 학생들은 특권을 위한 전공이 아닌 자아실현을 위한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권력, 부, 그리고 명예의 삼각고리에 의미 있는 균열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정용문(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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