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촛불이 모여 주는 힘
여러 개의 촛불이 모여 주는 힘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11.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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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은 작은 촛불들이 우리를 비추던 작년 수능 날이다. 작년 한 해 열심히 달렸고 나를 포함하여 40명 남짓 되는 나의 친구들은 정말 모두가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같은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다. 학교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았기 때문에 그곳은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과 나의 앳된 흔적들이 묻어나는 곳이다. 아직도 서로가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함께 공부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마치 최근에 있었던 일인 마냥 생생하다.

  떨리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몇 번이고 잠을 설치고 일어난 그 새벽은 바로 수능 날이었다. 기숙사에서 마지막으로 가방을 확인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급식실로 향했다. 급식실로 향하는 우리의 표정은 비슷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인지 서로를 마주 볼 때마다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말없이 친구에게 미소 짓던 그 심장 떨리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수능 날 아침 급식 메뉴는 사골국이었다. 친구들과 식탁에 앉아 따뜻한 사골국을 한 숟가락 떠먹고 나서야 얼굴의 경련이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우리가 밥 먹는 것을 긴장되는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식당 이모들이 보였다. 새벽부터 나오셔서 사골국을 우렸을 것을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에 사골국을 야무지게 들어 마셨다.

  식사를 마친 후 마지막 점검까지 하고 난 뒤 손목시계를 확인했을 때 6시 10분이었다. 우리 학교는 산 중턱에 있어서 11월의 새벽 공기는 너무 찼다. 왠지 모르게 그날 새벽은 차가운 바람이 우리들의 얼굴을 더욱 세차게 치고 지나가는 듯하였다. 차를 타러 운동장으로 나갔을 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교생은 우리가 탈 차가 산에서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서 있었다. 아직 수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중학교 1학년부터 우리의 수능 공부를 이어갈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까지 그리고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해 주시는 모든 선생님이 계셨다. 그 순간 울컥했다.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가쁜 숨을 내쉬었던 이유는 우리를 응원하는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해 첫 도전장을 내미는 우리를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는 그들이 있어서 든든했다. 험난한 자신과 싸움의 길에 나는 결코 혼자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의 도전을 위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모두 차에 탑승했을 때 그들은 우리를 향해 들고 있던 촛불을 켰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응원의 노래를 불러주었고 노래에 맞춰 촛불을 좌우로 흔들었다. 차가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고 우리는 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들을 바라보기 위해 끝까지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11월의 새벽은 유난히 어두웠고 그들이 들고 있던 초는 유난히 밝았다.

  나는 그날 그 순간이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수능 날 새벽의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 수능을 준비하는 내내 그 어떤 말도 불안한 나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느껴진 순간 내 마음이 진정되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 혼자 불을 켜는 것보다 여럿이 불을 켜면 그 밝음은 배가 될 것이다. 그들이 나를 향해 들고 있던 촛불은 내가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춰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그 불빛들이 우리의 수험 생활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해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를 비춰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다영(사회학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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