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10·18 문학상 현상공모 - 시 '지구촌'
제34회 10·18 문학상 현상공모 - 시 '지구촌'
  • 박예빈 기자
  • 승인 2020.11.04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부문 당선: 김영욱(국어국문학과·2)

지구촌

사람들이 햇볕을 피해 숨어 다니고

지붕 높이로 빨래가 마르고 있을 즈음

아프리카 어느 곳엔 마른 젖가슴 붙든 채

어린아이 굶어 죽어가고 있을지

서남아시아 어딘가엔 여기저기 총성과

비명 소리 들려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모를 일이야 여기저기 파리들이 왱왱

사람과 사랑의 틈을 비집고

눈과 심장으로 치고 들어가 저주를 실으면

비극과 비극의 비극은 숨어 자라

한 마리가 네 마리 열여섯 마리로

언제 파리떼의 저주가 내릴지

모를 일이야 어느새 이 거리도 온통

파리떼로 뒤덮일지 모를 일이다

파리떼를 사냥하는 새

새들이 잘 살지 않는 이 거리

그저 허영 같은 새들만 남아있어서

일단 썩거나 곪지는 말아야겠지만

냄새 피우고 다니지도 말아야 해

어릴 적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날아오르던 새들은

아이들 동화책 속으로 접혀지고 말았지

파리가 모자이크 눈을 하고

지금 너를 노리고 있으니까

조심해 네가 무관심하던 이웃의 저주가

지금 너의 심장을 노리고 있으니까.

 

 

10·18문학상 시 심사평

  먼저 ‘ 10·18 문학상’에 응모 하는 학생들은 먼저 우리에게 ‘10·18’이 무엇 인지에 대해 고민해 줄 것을 당부한다. 10·18은 우리 대학의 정신이다. 불의에 굴하지 않았던 시대의 함성이었고, 청년의 정신이고 뜨거운 함성이었다. 적어도 월영캠퍼스에서 시를 쓰는 일은, 10·18 문학상에 응모하는 일은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자세이길 바란다.

  함량 미달의 작품이 많았다. 반면 시의 자리에 단단하게 앉은 작품도 많았다. 거르고 걸러 최종심에 ‘양가’(兩價), ‘먼 이웃’, ‘지구촌’ 등 3편의 작품이 남았다. ‘양가’(兩價)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가치’란 뜻이다. 유리창을 가운데 두고 작중 화자의 갈등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함께 투고한 두 작품의 함량이 부족했다.

  ‘먼 이웃’과 ‘지구촌’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먼 이웃’은 종교적인 시선으로 ‘냉담’의 문제를 바라보았다. 시선의 폭이 크고 앞으로의 가능성도 보였다. ‘지구촌’은 세계를 보는 눈이 가벼운 듯 보이나 무관심이 무서운 적이라는 것을 집어내는 시 안(詩眼)이 돋보였다. 하여 ‘먼 이웃’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가작으로, ‘지구촌’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모든 투고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씀 전한다. 이 문학상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도전 의 기회에 포기하지 말고 꿈을 이루기 바란다. 입상 학생들에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입상은 완성이 아니다. 노력에 대한 격려이니 더욱더 굳세지길 응원한다.

 

10·18문학상 시 당선 수상 소감

  먼저 부족한 저를 세상에 다시 눈 뜨게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코로나로 온 세상이 들끓고 있습니다. 이웃에 대한 개념은 이미 지구 전체로 확산하여 누군가 단 한 번 의 실수가 전 지구를 위협할 수도 있고 누군가 따뜻한 위로의 말이 온 인류의 가슴을 적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고통과 질병 없는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길 소망합니다. <지구촌>은 이런 저의 생각이 반영되어 쓰였습니다. 저는 군생활을 하는 동안 파병을 가게 되어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아프리카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바다 한가운데서의 고립감과 정박했을 때 사람들과 만남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문무대왕함 안에서 사고 해역으로 가는 도중 주변은 24시간 적막과 푸른 바다밖에 없는 곳에서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얼마나 많은 독백을 되뇌었던지 셀 수 없었습니다. 고향과 친구, 가족에 대한 그리움마저도 잊어버릴 때 쯤 배는 진해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마음속에서 문장 하나를 쓰고 또 고치고를 얼마나 많이 해왔던가. 사실 가족이 더 소중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더 소중하지만 먼 이웃과 가까운 이웃의 차이는 없어진 지금 진정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조금 더 습작을 다지고 또 다져 세상에 가까이 가고자 합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4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