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포스트 코로나, 그 재편에 대해 생각하며
[정일근의 발밤발밤] 포스트 코로나, 그 재편에 대해 생각하며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10.0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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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사회가 도래한 지 오래다. 비대면이 불러온 여파는 대학가·청춘에 거세게 닥쳤다.

  2020학년도 신입생은 ‘캠퍼스 로망’을 체 맛보기도 전에 21학번 후배에게 ‘새내기’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어색하기만 했던 온라인 강의 위에는 익숙함이 자랐고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자’ 보단 ‘전화로 하자’는 안부인사가 일상이 됐다.

  새로운 시대, 청년 삶은 녹록지 않다. 통계청에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7월 취업자 수는 2708만 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 4000명 줄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 이래 6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다. 취업자 수가 6개월 연속 줄어든 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13개월간 이후 11년 만이다. 고용 충격은 청년층인 15세~29세(-17만 2000명)에서 가장 컸다. 청년층 주 일자리인, 대면 서비스산업이 영향을 받으면서다.

  8월 기준 구직단념자 68만 명 중 절반을 넘는 35만 명이 20~30대 청년층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구직단념자는 일할 능력이 있고 취업을 원하며 최근 1년 이내 구직활동을 한 경험도 있지만, 알맞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며 4주간 방황한 이들을 말한다. ‘이전에 찾아봤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구직 단념 이유는 코로나19 시대 청년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청년층 정신건강에는 빨간불이 커졌다. 2020년 상반기 청년층 자해 발생 진료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20대가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213건으로 지난해 118건에 견줘 80.5% 증가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치부하기에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청년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이 내는 목소리는 통계보다 더 아팠다. 한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곳에서 일감·월급이 줄어 생활 자금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먹고살고자’ 적성과 맞지 않은 일을 하던 다른 청년은 그마저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대면 수업 인원이 줄어들어 필수 과목 이수가 어려워졌다는 학생 제보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못 구해 학비 마련이 힘들어졌다는 후배 토로도 뼈아팠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소주잔을 기울이며 들었던 그들 아픔에 어설픈 위로는 하지 못했다. 공감하려 노력했으나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지도 장담 못한다. 그저 듣는 것으로, 기사 한 줄 쓰는 것으로 그들에게 힘이 됐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감대를 형성한 지점도 있었다. ‘그럼에도’라는 단서를 먼저 붙여야 할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었지만, 청년이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데는 입을 맞췄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대학생들은 ‘받은 만큼 돌려줘라’는 이야기를 했다. 작은 목소리는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바람이 됐고 장학금 지급·등록금 감액과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9월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육재난지원금을 주는 지방정부도 생겼다. 광주시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10만 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남도는 ‘청년 구직활동 수당 지원 사업(드림카드)’ 대상을 확대했다. 신규 참여자에게는 직무교육·자기계발 관련 온라인 교육도 제공하기로 했다. 9월 19일 청년의 날에는 청년이 제안하는 정책도 들었다. △경남형 온라인 공개 강의 구축 △5인 미만 사업장 청년노동자의 쉼 장려와 지원 △군 복무 청년 상해보험 지원 △청년 주도적 자원봉사 활동 지원 등 청년의 말이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어쩌면 청년에게 더 가혹한 시대. ‘마이너스’가 익숙해진 통계로 대변되는 사회에서 청년이 제 갈 길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 죽으란 법은 없다. 요구하는 것, 제 목소리를 내는 건 암울한 시대를 헤쳐나갈 청년의 유일한 무기다. 불편을 말하고 불합리함을 바로잡는 일. 청년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 내는 일. 비대면 사회가 불러온 폭풍 속, ‘그럼에도’ 청년을 바라보는 이유다.

이창언(경남도민일보 시민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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