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벚꽃이 피는 날
다시 벚꽃이 피는 날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10.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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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2월 중국의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였고, 이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국내 감염자가 처음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감염자가 늘어가고 있을 때에도 나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그리 느끼지 못했다. 대학교에 가기 전 조금 춥지만 여유롭고 행복한 2020년의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20년 2월 초, 이때까지만 해도 학교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역시 조금 유행세를 보내다 잠잠해지고 여느 때처럼 봄은 찾아와 나 역시 학교에서 벚꽃을 보며 걸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전국적인 유행이 시작되면서 우리의 봄은 다시금 차가워졌다. 대학교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모든 초, 중, 고등학교들이 전면 개학을 연기했다. 직장인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바탕으로 원격 회의 등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우리에게 하얀 마스크는 어느새 새로운 얼굴인 마냥 코와 입을 가리기 시작했다.

  내겐 이번 대학 생활을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스무 살에 이미 다른 학교에서 1학년을 마쳤고, 2년간 군 복무 후에 나의 진로를 재설계하여 새로운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스무 살의 그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군에서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었던 건 스무 살에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추억이었고, 휴가 때마다 만나는 대학 친구들과의 짧은 시간들이 지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지금도 간혹 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 대학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을 보며 빙그레 웃게 되는 나이다. 스무 살에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을 대학에서 만났던 나이기에, 이번에 스무 살로 학교에 들어와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함께할 수 없기에, 함께 쌓을 추억 역시 너무나 부족하다.

  2017년의 1학년과 2020년의 1학년은 많이 다른 대학 생활이 되었다. 어느덧 동영상으로 듣는 강의는 익숙해졌고, 매주 컴퓨터 앞에 앉아 주어진 과제를 하는 내가 있다. 동영상 강의라 그런지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고, 그래서인지 멀리 사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홀로 가고 싶었던 곳으로 향하는 시간이 생겼다.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는 시간도 많이 늘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느꼈던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고, 이제는 시간이 흘러 그 바뀐 일상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우리가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서로서로 조심하며 생활한 덕분에, 지금은 초반보다는 코로나19의 유행세가 많이 덜해져 있다. 우리 모두가 서툴고 어렵지만, 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함께 노력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캠퍼스의 벚꽃을 좋아한다. 3월 초, 두근대는 설렘 절반과, 떨리는 긴장감 절반인 마음을 가지고 향하는 대학교에서, 모든 것이 새로워 서툴지만 설레는 3월이 지나 조금씩 학교에 익숙해질 때면 벚꽃은 만개하여 우리를 반긴다. “이 분홍 가득한 곳이 너의 학교야”, “너희의 스무 살을 축하해”, “젊음은 아름다운 거야”라며 벚꽃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 벚꽃 길을 함께 지나며 웃던 우리가 지금도 참 그립다. 아름다운 청춘이기에 불안함에 취할 때 우리는 벚꽃 아래에서 술을 찾기도 했다. 한잔 두잔 쓰디쓴 소주가 목을 넘어갈수록 우리는 서로의 불안을 털어놓았고, 그 속에서 함께 껴안고 위로하고 아파해주던 우리였다. 그만큼 내게 스무 살은 특별했다. 아니 나뿐만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스무 살은 20대의 여러 해 중 가장 설레고, 특별한 나이이다.

  2020년 전반기, 우리는 이례 없는 ‘코로나19’로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봄은 다시 온다. 이 상황이 우리의 봄을 앗아갔을지 모르나 봄은 다시 온다. 오히려 이런 상황 덕분에 우리는 일상적인 삶,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마음속에 새기는 기회를 가졌다. 여러 친구들이 모여 함께 노는 일, 가족과의 따듯한 봄나들이, 봄 캠퍼스의 아름다움까지.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왔던 이런 삶이 얼마나 값진지 알게 된 것이다.
그 소중한 마음을 모아 우리 다시 봄을 기다리자. 벚꽃을 기다리자. 여느 때처럼 분홍 꽃잎들이 우리 머리 위에 내려 앉으면 다시 벚꽃이 찾아왔음을 인지하고, 봄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춥고 외로운 겨울 속에서 이 벚꽃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알았다고 마음에 세기며 찾아온 벚꽃을 반기자. 그때 벚꽃은 이야기할 것이다. “너희를 참 오랫동안 기다려왔어”라고 말이다.

박준왕(국어교육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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