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품이 아닙니다
우리는 상품이 아닙니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9.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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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자신 스스로를 대상화하는 문제점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나의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발생하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대중적 작품들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기 대상화는 자신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상품’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행복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타인의 시각’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평소에 이러한 자기 대상화를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 하지만 더 이상 쉽게 흘려보낼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 대상화는 사람들을 빠르고 무섭게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모도 실력’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에 더욱 신경을 쓰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네이버 웹툰 중 ‘내 ID는 강남 미인’이라는 작품이 있다. 웹툰의 주인공인 강미래는 학창 시절에 외모로 인한 놀림으로 얼굴 전체를 성형하게 된다. 하지만 성형을 해서 완벽히 바뀐 자신의 모습에도 타인의 시선을 여전히 신경 쓰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에 대한 자신감이 여전히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얼굴에 점수까지 매기는 행동을 보이는 장면까지도 볼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이 매장의 상품이 된 것 같이 말이다. 주인공은 자기 대상화에 빠져 자신을 하염없이 밑자락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자기 대상화는 타인의 시선에서도 결정되기도 한다.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남성들은 툭하면 동백의 몸에 손을 대려 하고, 여성들은 동백을 ‘도덕적이지 않다’고 경계한다. 동백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술집 여자’라는 대상으로 취급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드라마나 영화, 웹툰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녹여내고 있다.

  자기 대상화에 관해 연구한 자료가 있다. 우리들이 흔히 찍는 ‘셀카’를 살펴보자. 셀카를 찍고 나서 자신의 얼굴 사진을 보정하는 습관이 있다면 자존감이 낮고 자신을 상품처럼 바라보고 있다는 결과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나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주 걱정하고 자신의 사진을 보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한다. 이러한 학생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큰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사진을 통해 비칠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런 대상화된 시선이 일상화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대하는 ‘자기 대상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여자 고등학생 286명을 대상으로 음악방송 노출을 통한 성적 대상화 실험에서 많은 수의 여고생들은 부정적 섭식장애 행동, 학습 몰입 수행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처럼 미디어에서의 무분별한 노출과 성적 대상화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가 자신을 성적 대상화하는 매개물로 취급하는 경향을 가지게 하고 있다.

  자기 대상화는 이렇듯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소하게 시작하여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크기로 자리를 잡게 된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이것이 계속된다면 시선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엔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오고 말 것이다. 마치 부메랑처럼 말이다. 또한 자기 대상화에 의한 여러 사회문제를 파생한다. 불법 촬영 범죄는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물건 취급하는 극단적인 예다. 많은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상화한다. 상대를 자신과 같은 인격체가 아니라, 사물처럼 대한 게 잘못의 근원이다. 자기 대상화는 타인에게 자신을 진열장에 상품처럼 내어놓는 일과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자기 대상화는 나 자신 스스로에게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시선을 지속적으로 신경 쓰고, 맞추려 든다면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있는 건 자신뿐이다.

  자기 대상화는 물 흐르듯 일상 속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특히, 외모에 관심이 커지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외모에만 집착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연스럽게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기 대상화에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자주 되돌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과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구분하고, 필요 이상의 타인의 시선은 무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을 타인에게 맞추며 사는 것은 너무나도 시간 낭비이다.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살아가는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을 타인을 위해 살 필요는 없다. 우리들은 다 빛나는 인격체이며, 우리는 상품이 아님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정다은(문화콘텐츠학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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