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냈다. 사람,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새로운 일상(normal life)에 적응될 무렵 나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는 ‘Corona’, ‘Covid-19’, ‘Pandemic’이라는 단어들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 미국인들은 아시아의 몇몇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 서는 사람들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서 ‘독감이랑 비슷한데 왜 이리 호들갑이지’하는 정도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해 뉴욕, 캘리포니아, 워싱턴 주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확대되어 지금까지도 감염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 나는 직접 코로나 대유행과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을 목격하고 경험하였다. 이 팬데믹 현상은 내가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을 경험하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첫째, 코로나로 인해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풍요의 나라에서 사재기가 일어나는 것도 신기했고, 사재기 품목 중의 하나가 총기였다는 것도 신기했다. 둘째, 코로나 환자 급증 시 의료 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아파도 제대로 검사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검사 비용 역시 일반 서민이 내기에는 턱 없이 높았다. 의료진과 병상이 부족하고 의료 장비도 부족했다. 셋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Black Lives Matter(BLM)’운동이 전국으로 번졌다. 인종과 상관없이 참여하는 운동이었고,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사건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영화 ‘Hidden Figures’와 ‘Green Book’을 통해 미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흑인 차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넷째, 지구는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국제 교류가 가장 활발한 뉴욕 주에서 초기에 나타난 코로나 환자에 대해서 많은 미국인들은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고 생각했지만, 유럽에서 온 바이러스였다.
비록 우리 대학이 창원시에 위치해 있지만 타 지역의 일이나 이웃 나라를 포함해 지구 반대편의 어느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우리 대학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인 것이다. 이렇듯 미국에서 경험한 코로나19와 BLM을 통해 미국 전반에 걸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며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김현아(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