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매경(三昧境)
삼매경(三昧境)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9.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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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주간지 『공감』에 실린 <레시피도 따로 없다! 사찰음식의 대가 ‘백양사 천진암 정관스님’>을 통해서 나는 정관 스님과 처음으로 만났다. 제목에서처럼 자연 재료가 가진 풍미를 그대로 살려 요리를 하는 스님의 모습은 매우 흥미로웠다. 스님이 여러 나라의 요리사들을 제자로 받아 함께 요리를 하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요리와 음식에 대해 스님이 가진 나름의 철학을 전달하는 과정은 꽤 재미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종교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언택트 사회가 되면서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교 방식도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과정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사에는 한 요리사가 싱싱하지 않은 수박의 절반을 버리려 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스님은 버려진 부분으로 수박차를 끓일 수 있다고 하였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스님에게 요리를 배우는 학생들이 식자재의 중간 부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린 것을 지적하며 쓰레기통을 테이블 위에 쏟아내어 학생들로부터 버림 받은 재료들로만 요리하라고 지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나는 이 두 장면에서 보인 스님의 행동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종교인인 스님이 식자재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지만, 요리의 기본 중 하나가 위생이라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스님이 요리한 음식을 먹을 사람에게 혹여 해(害)가 되지나 않을지 생각했어야 한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쓰레기통을 쏟아내 학생들에게 요리를 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은 불교의 자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학생들이 보인 요리에 대한 무지(無知)한 태도를 일깨워 주기 위한 방법이 과연 그것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두 장면을 보면 스님이 가진 요리에 대한 철학이 불자(佛者)로서의 철학에는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

  스님은 다른 요리사가 만든 카레를 시식한 후, 카레 맛이 싱겁다며 강황 가루를 더 넣어 조미했다고 한다. 정관 스님이 요리사로서 평가받아야 한다면 요리사로서의 능력 있는 면모를 보인 하나의 일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님은 요리사이면서 동시에 부처님의 도(道)를 수행하는 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자의 표현에 따르면 스님이 싱거운 카레 맛을 볼 때 얼굴을 찡그렸다고 한다. 스님의 찡그림이 식욕(食慾)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욕, 음욕과 더불어 식욕을 불가(佛家)에서는 삼욕(三慾)이라 하여 마음으로부터 멀리 해야 할 것으로 말한다. 과연 정관 스님이 식욕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모르겠다.

  시놉티콘(Synopticon)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는 파놉티콘(Panopticon)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다수의 대중이 소수의 권력자를 감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많은 사람들이 매체에 나오는 소위, 소수의 ‘핵인싸’들을 동경하며 그들의 행위를 그대로 모방하려 한다. 정관 스님에게도 분명히 종교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을 것이고, 요리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수의 대중이 모방 심리에 영합하여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일부의 장면들 속에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이 있었다. 수행자로서의 모습과 요리사로서의 모습으로만 보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아울러 매체를 활용하여 대중 앞에 나서는 종교인들도 자신이 모습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글로 옮기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에 따라 정관 스님의 모습을 재단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정관 스님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관 스님과 직접 마주 대하는 상황과 글로 정관 스님을 만나는 상황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에 나타난 정관 스님의 모습이 스님이 원한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제를 감안하더라도 『공감』에서 만난 정관 스님의 모습은 몇몇 장면에서 나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내 욕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정관 스님에게 불도를 따르는 수행자로서의 모습과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는 요리사로서의 모습을 모두 기대했다. 그렇지만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던 것 같다.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매체를 접하는 대중들도 좀더 비판적인 시선으로 매체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매체를 통한 만남이 확산되고 있다. 매체가 가진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대, 전파되어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심지현(정치외교학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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