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창원의 노래를 만들어 관광 상품화 하자
[정일근의 발밤발밤] 창원의 노래를 만들어 관광 상품화 하자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8.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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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집에서 가까운 창원중악역에서 기차를 타고 친구 집에 차를 마시러 갈 때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직 운전을 하지 못하는 ‘뚜벅이’이다. 그래서 이동할 때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친구는 김해시 한림면에 산다.

  고맙게도 창원중앙역과 한림정역 사이에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 중이다. 창원중앙역에서 기차를 타면 진영역을 거처 한림정역에 닿는다. 8시 29분 기차를 타면 45분에 한림정역에 도착한다. 친구를 만나러 갈 때 휴대폰으로 문자를 먼저 보낸다. ‘기차는 8시 29분에 떠난다’고.

  이 대목에서 그리스 노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기억하거나, 노래가 흘러나온다면 같이 흥얼거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카테리나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내 기억 속에 남으리/카테리나행 기차는 영원히 남으리’ 영혼을 물들이는 무엇인가 짠한 곡조와 가사에 아픈 사랑과 이별의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이 노래 중심에 ‘저항’이라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

  카테리나는 2차 대전 때 점령군 독일과 싸울 그리스 민병대의 최종 집결지였다. 이 노래는 당시 나치 저항에 참여한 그리스의 한 젊은 레지스탕스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1980년대 대학가 운동권 노래와 저항가요를 배우고 불렀던 첫 세대였던 우리는, 그 당시 우리의 저항가요에는 그리스의 노래 같은 명곡이 없었다. 그래서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처음 들었을 때 문화적 차이에 많이 부러웠다. 이 노래에는 ‘명곡의 힘’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나는 진해역에서 가까운 철길 옆에 살았다. 기차가 지나갈 시간이 되면 철로에 귀를 대면 멀리서 기차가 둥근 무쇠바퀴를 굴리며 오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기차가 다니고 역이 있는 고장은 사연이 있고 노래가 있기 마련이다. ‘이별의 부산정거장’, ‘비 내리는 호남선’, 대전발 0시 50분의 ‘대전블루스’ 한국 가요사에 빛나는 유명한 노래들이 많다.

  창원에는 3개의 역이 있다. 마산역, 창원역, 창원중앙역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도시의 역은 노래 하나 가지지 못했다. 마산은 한국전쟁 때 많은 예술가 피난민이 다녀갔지만 왜 노래 한곡이 남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궁금하다 못해 안타깝다.

  유행가가 관광상품이 되는 시대다. ‘진성’이란 가수가 불러 히트한 ‘안동역’은 첫눈 오는 날 찾아가고 싶은 역이 되었다. 하동 북천역은 나훈아의 히트곡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과는 무관하지만 코스모스 꽃밭을 만들어 관광지로 만들었다. 유행가는 그 시대의 감정을 그대로 음률에 담아 전해준다. 그 유행가가 시대가 변해서 문화가 되고 관광 상품이 된다.

  창원의 노래를 만들자. 전 국민이 애창하는 노래를 만들자. 마산, 창원, 창원중앙역으로 기차를 타고 찾아오고, 기차를 타고 떠나는 우리의 도시를 꿈꾼다.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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