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순간
내 생애 최고의 순간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6.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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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21살 때 한 달 동안 떠났던 유럽 여행이다. 어릴 때부터 새로운 곳을 찾아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던 나는 고3 수능이 끝나자마자 첫 해외여행을 갔다. 여행지는 홍콩이었는데 같이 갔던 언니가 해외여행 고수였던지라 나는 첫 여행을 너무 알차고 재밌게 다녀왔다. 이후로 나의 전 세계 여행이 시작되었는데, 단연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유럽이었고 20대에는 꼭 그곳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다니며 여행을 가기에는 무엇보다 돈을 모을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오랜 고민 끝에 나는 휴학이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을 졸업하고 21살이 된 나는 부모님의 계속되는 만류에도 내가 휴학을 하고 싶은 이유와 이뤄가고 싶은 것들에 대한 가치들을 진심을 다해 어필했다. 나이가 무기라는 말처럼 나는 가장 예쁘고 빛날 20대 초반의 시간을 학교가 아닌 밖에서 더 다양하게 채워 보내고 싶음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부모님 설득에 성공하고 좋은 기회를 얻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기능을 검사하는 좋은 자리였으나 어린 내가 있기에는 경력이 많은 분들께 눈치도 많이 보이던 자리였다. 하지만 나는 경험이 없고 실력이 부족한 만큼 더 최선을 다해서 일했다. 힘들게 일한 대가는 정직하게 월급통장에 찍혔고 그 기쁨의 맛은 정말 달콤했다. 나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막내가 되어 내 자리를 잘 지켜냈고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드렸던 용돈은 더없이 뿌듯한 경험이 되었다. 아쉬운 퇴사 후 나는 모아온 월급을 토대로 유럽 여행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방문할 국가들을 정하고 그 나라에서 하고 싶은 문화생활, 액티비티 등을 미리 예약하고 루트를 짜며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갔다. 유럽 여행이 다가옴을 실감케 했던 이 과정이 제일 설레었던 것 같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에 로망이 있었지만 첫 유럽을 조금 더 안전하고 알차게 다녀오기 위해 20대 친구들을 모집해서 다같이 가는 세미패키지 여행을 결정하여 가게 되었다. 이 선택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나는 패키지에서 만난 9명의 또래들과 팀을 꾸려 여행내내 함께했는데, 같이 장을 보고 요리해먹고 때로는 서로의 방에 들어가서 같이 부대껴 자면서 점점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갔다. 이 팀원들과 함께 만들었던 한 달간의 추억들은 내 유럽 여행을 더 빛나게, 더 청춘답게 남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에피소드는 스위스에서 있었던 일인데, 하루를 마무리하며 룸메이트 언니와 함께 밤하늘을 보며 서로의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다. 자연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운 나라인 스위스에 있자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싶고 이런 곳에 나만 왔다는 것이 죄송해서 언니를 껴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는 한 달 동안 있었던 수많은 순간 중에서도 이 날을 제일 기억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꼭 내가 성공해서 부모님 모시고 스위스에 한번 더 와야지’하고 다짐했던 것 때문이다. 이 다짐은 지금까지도 내가 앞으로를 살아가는데 더없이 좋은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라온 9명의 사람들이 낯선 나라에서 만나 가족이 되어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공유하는 이 여행을 통해 좁은 내면 속에서 허우적대던 나는 천천히 넓은 세상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똑같이 흘러간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도 각자에게 있었던 새로운 일들을 공유하며 서로의 가치관을 넓혔고, 가끔은 팀원들 간의 서운한 마음을 터놓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유럽 여행은 이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냥 해외라는 환경이 주는 특별함이 좋아서가 아니다. 여행 속에서 겪은 모든 경험 하나하나가 내가 미래를 살아갈 지침서 속 한 줄이 되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갖고 싶은 소유는 일회성이고 막상 손에 들어오면 설렘도 잠시, 곧 일상이 되어버리지만 눈과 마음으로 담아오는 여행에서의 추억과 경험은 내 평생을 따라다니며 나를 더 열심히 살게 하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현재 23살의 나는 휴학을 결심했던 2년 전 그 순간부터 여행을 다녀와서 회상하는 오늘까지의 모든 날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부모님을 모시고 꼭 스위스에 가겠다는 지키고 싶은 약속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21살의 유럽 여행은 나를 이만큼 성장시켜주었기에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구윤지(문화콘텐츠학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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