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 운동을 아십니까?
'Me Too' 운동을 아십니까?
  • 이훈민 기자
  • 승인 2018.04.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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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내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의 심각성

  “너무 무섭고... 힘들었어요...” 한 여학우의 인터뷰 내용이다. 사회적으로 나약한 위치에 서 있었던 그녀. 가만히 당할 수밖에 없었던 암담한 지난 이야기에 고개가 무거워진다. 평생을 가슴 한편에 담아두고 살아갈 테지만 용기를 냈다. 미디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힘이 돼 주었다. ‘#Me Too’ 운동. 그들은 무엇을 위해 서서 외치고 있는가. / 사회부

‘#Me Too’ 운동을 지지하는 우리 대학 페미니즘 동아리 ‘행·페(행동하는 페미니즘)’ 회원들

 

▲ 우리 대학에서도 성추행은 발생하고 있다
  우리 대학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여학우 A(이하 A)는 지난 2년간 침묵해 오던 비밀을 어렵게 털어 놓았다. A는 재작년 2학기 초부터 그해 학기 말까지 지속해서 성추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우리 대학 4학년으로 재학 중인 남학우 B(이하 B). B는 A에게 상습적으로 ‘자신의 몸 위로 누워라’ 등의 성희롱 담긴 말을 내뱉었으며 성추행을 일삼았다. B의 성추행은 밤·낮 구별 없이 수차례 반복됐다. ‘애정 결핍 때문에 그러니 안아 달라’라고 말하며 A를 끌어당겼다.
  당시 A는 적은 나이와 소심한 성격 탓에 후환이 두려워 강하게 거절하지 못했다. 기존 사람들과의 관계 탓에 특정 단체에서 탈퇴하는 일도 망설여졌다. “은연중에 안 좋은 시선이 생길까 봐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웠어요.” 수치스러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꺼리던 A는 결국 가까운 지인에게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았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SNS로 B에게 그동안의 고통스러웠던 심정을 토로하면서 성추행과 성희롱은 그쳤지만, A에게 반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지금도 B는 단체 생활을 잘 이어가고 있다. A는 그러한 B를 마주칠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을 억누르며 대학 생활을 견뎌 낸다. “왜 피해자가 숨죽여 살아가야 하나요.” A의 한 서린 말투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떨어뜨렸다.

 

▲ 우리 대학 내 성범죄 피해 현황
  우리 대학 여학우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가 성적인 일과 관련된 수치스러운 기억이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가장 많은 30.23%가 ‘모르는 사람’, ‘주변에 아는 지인’과 ‘중·고등학교 동기 및 선·후배’는 각각 12.8%와 11.63%로 가해자에 해당했다. 조사에 응한 여학우들의 수는 지난해 10월 1일 기준인 우리 대학 재학생 14,561명 학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다. 남·여 비율을 평등하게 본다고 해도 7,280명이다. 하지만 1.37%의 모집 단위에서조차 절반 가까이 되는 성범죄 피해가 보인다면, 이는 오히려 우리 대학 내 성범죄 피해 현황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현황이 이렇다 보니 ‘#Me Too’ 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도 높게 집계되었다. ‘#Me Too’ 운동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97% 중에서 가장 많은 52.57%가 ‘#Me Too’ 운동은 ‘바람직한 움직임이다.’에 답했으며, ‘굉장히 긍정적이며, 적극 지지한다.’라는 의견이 28.86%로 그 뒤를 이었다.

▲ ‘#Me Too’ 운동이란?
  지난해 10월 15일, 영화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이 운동은 성범죄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에선 올해 1월 법조계의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정치계로까지 확산되면서 사회적 큰 이슈로 자리 잡았다. 이에 ‘#Me Too’ 운동을 지지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의미로 ‘With You’라는 운동까지 새로 생기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피해자가 당당하게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 내 비공식적으로 활동 중인 페미니즘 동아리 회원 ‘김서영’(사회복지학과·15) 학우는 ‘#Me Too’ 운동을 ‘남들의 시선과 반응에 대해 두려움 극복’이라고 표현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Me Too’ 운동의 원래 의미는 단순히 여성과 남성 간의 대립이 아닌, 사회적 약자 위치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사회를 바꾸어 나가자는 것이 취지다.
  “‘#Me Too’ 운동은 결국 어떤 기준점을 두었을 때, 권력자에 대한 피권력자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에 의해 억압받은 경험이 있는 남성들은 여성의 피해를 남 일처럼 여기지 않습니다.” 김서영 학우는 이 사회의 변화가 완성되는 데 필요한 일이 남성들의 연대임을 강조했다.

▲ 사회 의식의 한계
  ‘#Me Too’ 운동과 ‘With You’ 운동이 전개되면서 많은 사람의 인식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일각에선 그러한 사회적 인식 발달을 저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넘을 수 없는 벽을 연상케 한다. ‘꽃뱀’이라는 단어가 이러한 한계를 잘 나타낸다.
  “사회의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논란이나 이슈 거리를 피해 갈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문제가 우려됩니다.” 김서영 학우는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채 꽃뱀으로 몰려 상처받는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처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피해자 보호가 명확해졌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25년 전, 자신을 성추행한 교수를 고발한 서울 어느 대학의 한 조교의 사건이 떠오른다. 몇 년간의 소송 끝에 벌금을 끌어안아 사회 활동을 포기하게 된 한 명의 인생에서 쓰디쓴 보복성 흔적이 엿보인다. 자신의 합당한 권리를 요구함에도 보복과 위협에 시달리게 되는 우리 사회는 이대로 안전한 걸까. “나중에 같은 일을 당할까 봐...” 성폭력 피해자 A의 말이다.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선 당연한 반응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리에 서서 용기를 내고 있다. 목소리를 내어 외치고 있다. ‘#Me Too’ 운동.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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