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말하지 못하는 동물들
“도와주세요” 말하지 못하는 동물들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0.06.03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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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반려동물은 학대로부터 안전합니까

  최근 구독자 5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운영자가 동물 학대 및 스토리 연출 의혹에 휩싸였다. 모 대학의 수의대생인 운영자 실체는 지인 제보를 통해 폭로되었다. 운영자는 콘텐츠 생산을 위해 고양이를 일부러 굶기고 영상 촬영 이외 시간에는 좁은 철창에 가두는 등 학대 행위를 일삼았다. 유기 상태였던 동물을 구조하는 콘텐츠를 생산했지만, 사실 분양 받은 동물이었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무엇이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인지 알아보고 외국의 사례를 통해 지향점을 찾아보자. / 사회부


  유튜브 운영자는 평소 유기 동물을 구조해 일상을 공유해왔던 터라 대중의 맹비난은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사기, 동물 학대를 일삼은 유튜버 ****의 **대학교 제적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2020년 6월 1일 기준으로 청원 참여 인원은 71,305명에 달했다. 참여자들은 동물 학대 사건의 용의자가 제적당할지, 처벌받을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 유튜브 내 급증하는 동물 콘텐츠

  동물을 콘텐츠 삼아 유튜브를 운영하는 일명 ‘펫튜브’가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 펫튜브는 레드오션(red ocean) 상태다. 그래서 펫튜브 운영자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며 과도한 설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튜브에서 ‘휴지 벽 챌린지’와 ‘투명 벽 챌린지’ 영상이 유행이다.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해 벽을 쌓거나 랩과 비닐 등으로 투명한 가림막을 만든 뒤 반려동물이 통과할 수 있는지 보는 영상이다. 동물들은 2단, 3단, 5단 등으로 만들어진 휴지 벽을 뛰어넘거나, 머리를 이용해 그대로 벽을 뚫고 나간다. 또 다른 동물은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 앞에서 소리를 내며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 반응은 엇갈린다. 한 네티즌은 명백한 동물 학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실제로 다치지 않으니, 그냥 놀이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유튜브에는 ‘휴지 벽 챌린지’, ‘투명 벽 챌린지’라는 제목의 영상이 600여 개 이상 조회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마저 챌린지가 동물 학대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락으로 여기는 실정이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소속 권현정 변호사는 “현행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우리나라 동물 학대 처벌 실태

  우리나라는 동물 학대 사건을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한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 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동물 학대에 관한 법 중 눈에 띈 조문은 제8조(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 유기,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 제24조(동물실험)이다.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인원은 총 1,908명에 달한다. 특히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2014년 262명 ▲2015년 264명 ▲2016년 331명 ▲2017년 459명 ▲2018년 592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동물보호법은 1991년에 제정돼 올해로 29년이 되었지만, 동물 학대로 실형을 받은 사례는 한 건에 불과하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사건은 지난해 11월에 발생하였다. 재판부는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고양이 ‘자두’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판결에 대해 “더는 동물 학대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범죄의 잔학성에 비해 형량이 약해 아쉽지만 ‘실형 선고’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이 드디어 효력을 발휘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실상은 재산 보호에 중점을 두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보호법은 처벌 조건으로 잔인성을 규정하는데 잔인함의 개념이 모호해 형법상 재물손괴죄 등이 더해지지 않으면 유죄 판결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이지만, 우리 민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호칭하는 국민 정서와 상반되게 법적 동물의 권리는 물건에 불과하다. 그래서 동물을 학대해도 지금까지는 물건을 부순 사람과 비슷한 처벌을 받았다. 검사는 피고인이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고 죽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잔인성과 함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 1월, 가뭄 뒤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을 학대해 살해할 시 처벌을 강화하는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동물 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동물 소유권은 제한될 전망이다.


● 외국의 동물 학대 처벌

  미국은 동물 학대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학대 금지법’을 제정하였다. 주마다 형량이 조금씩 다르지만, 동물을 살해할 경우 최소 6개월에서 최고 10년의 징역형 또는 최고 50만 달러(한화 약 6억 1,360만 원) 벌금형에 처한다. 독일은 반려동물에게 재산이 아닌 생명체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 징역형을 받는다. 1911년에 ‘동물 학대 방지법’을 마련한 영국은 지난해 동물 학대에 대한 최고형량을 6개월에서 5년으로 강화했다.

  스위스는 1990년 이후 민법 등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추가해 동물의 법적 지위를 보장한다. 반려견을 기르려면 반려견 학교에서 4시간 이상 수업을 듣고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만약,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 이하 징역형, 벌금 2만 프랑(한화 약 2,396만 원)을 부과한다. 이들 나라는 동물 학대를 엄격히 처벌한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관련한 문화적 성숙도와 함께 동물 학대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동물 학대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이고 처벌 적용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처벌조항이 동물 학대범에게 무겁게 적용되어야 한다.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현실에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현행법에서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한 조항의 개선이 시급하다. 생명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린 펫튜브 운영자 동물 학대 사건은 반려동물 천만 가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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