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취미의 품격, 그 어려움에 대하여
[정일근의 발밤발밤] 취미의 품격, 그 어려움에 대하여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5.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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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우물쭈물하곤 만다. 취미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취미를 묻는 것은 공통점을 찾기 위한 일이다. 학창시절 내 취미는 ‘독서’ ‘음악 감상’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 시절, 그런 답을 할 때 사실 독서는 책이 귀했고, 음악 감상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가 전부였다.

  모 방송의 라디오 심야 프로그램에 ‘별이 빛나는 밤에’가 있었다. 그 방송에 엽서를 보내 사연을 쓰고, 듣고 싶은 노래와 같이 듣고 싶은 친구의 이름도 적었다. 가끔 엽서 내용이 채택되어 방송을 탄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의 눈빛은 그 방송을 들었다는 신호였다. 괜히 어깨가 으슥해졌다. 그렇다고 그것이 음악감상이 될 수 없었지만, 신청곡은 미국의 싱어 송 라이터 ‘닐 다이아몬드’의 ‘Solitary Man’이나 ‘Sweet Caroline’ 등이 전부였다.

  나의 독서이력은 고교 문예부 때 경남대 고교생 백일장에서 입상해 부상으로 받은 ‘윤동주 시집’과 어느 행사에서 또 부상으로 받은 ‘소월시집’이 전부였다. 닐 다이아몬드를 알고, 윤동주와 소월의 시집을 읽었다는 이유로 그 당시 내 취미가 되었다.

  몇 년 전 ‘닐 다이아몬드’의 생애를 알고 싶어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그는 현재도 활동하는 가수였다. 1941년 뉴욕 브룩클린 출신인 그는 현존하는 전설의 가수로 또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80의 나이에도 최근에는 코로나19 예방 노래를 부르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 40년이 지난 옛날에, 내 취미는 날아가 버렸지만 주인공은 정정했다.

  그 사이 내 취미는 등산과 낚시로 변했다. 코로나19 시대 취미는 내 안의 우울을 해소시켜 주는 좋은 방법론이다. 그러나 취미를 즐기기 위해 제법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 산행이며 낚시다. 산을 오르다 보면 높은 산을 꿈꾸고 그 장비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고향 바닷가에서 낚시를 할 때보다 고기 한 마리 잡는데 너무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고비용이 지출되면 그건 취미가 아니다. 최근에는 밤낚시를 위해 집어등까지 구입했으니.

  코로나19에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끔 낚시를 즐긴다. 어린 시절 나의 낚시는 어시장을 돌아다니며 낚시 바늘을 줍는 것이었다. 생선이 물고 있는 바늘은 어시장 바닥에 버려졌다. 필요한 크기의 낚시를 주워서 나일론 줄을 구하고 작은 대나무로 낚싯대를 만들어 밥풀을 미끼로 바닷가에 쪼그려 앉았다. 그때 본 손 맛이 제일 찌릿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진다고 한다. 미국은 내년 말에 예년의 경제와 일상이 회복된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때까지 어찌 살 것인가가 문제다. 좋은 취미가 절실해지는 시간이다. 고비용은 취미가 아니라 일종의 ‘폼’일 뿐이다. 폼에서 힘을 뺀, 혼자 있어도 즐거운 취미를 찾아야 할 때다. 젊은 대학생들에겐 절실한 문제다. 산을 오르지 않아도,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혼자만으로도 즐거운 취미가 무엇일까?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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