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칼럼] 강마을에서 책읽기
[대학원생 칼럼] 강마을에서 책읽기
  • 언론출판원
  • 승인 2018.04.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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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이 정의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남쪽에는 매화가 절정입니다. 벌써 하롱하롱 꽃잎이 지기도 하고, 주홍의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와 어울려 황홀경을 이룹니다. 얄궂은 날씨 덕분에 교실에는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입니다. 아마, 신학기를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나니 긴장이 풀린 탓이겠지요. 그러면 제일 먼저 몸이 알아봅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 바짝 긴장했던 몸이 풀리면 그 빈자리에 작은 바이러스가 침입합니다. 며칠을 앓고 온 아이들의 해쓱해진 얼굴에는 더 깊어진 아이들의 표정이 보입니다. 봄은 앓아야 봄인 것입니다. 청춘은 끝없이 많은 것을 앓고 있고, 노년의 어머니는 신경통을 봄에 앓고 계시고, 중년의 저 같은 사람도 봄꽃이 피니 마음 한 귀퉁이가 저려옵니다.

  이 나라 최고 지도자의 뒷이야기를 수많은 언론에서 다투어 다루고 있습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법정에 선 지도자의 모습도 많은 사람이 지켜보았습니다. 얼마 후면 선거가 있을 것입니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말들을 풀어내는 정치인들이 텔레비전의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이룩하겠다는 그들의 말과 불의는 어떤 경계가 있을까요. 암흑의 시대라 불리는 중세시대의 어둡고 경직된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장미의 이름』은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는 곳에서 나만이 정의롭다는 독선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웃음과 유머를 허락하지 않는 중세 철학과는 달리 《시학》 2권에서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코미디의 중요성을 주장합니다. 최고의 도서관이 있는 수도원에서 지적인 욕망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음에 이릅니다.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識者)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다.’라는 내용을 다룬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의 유일한 필사본이 장서관에 있음을 알고 몰래 읽어 보려다 호르헤에게 독살당합니다. 윌리엄은 이 사실을 추리해 내고 호르헤에게 이야기하자 감탄하며 독약이 묻은 그 서책을 건네줍니다. 하지만 윌리엄이 장갑을 끼고 그 책을 받아 읽자, 호르헤는 등잔을 넘어뜨리고 《시학》을 빼앗아 입으로 그 책을 씹기 시작하고 장서관이 있는 교회는 불길에 휩싸입니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자기만 정의라고 주장하며 상대방을 이단이라고 주장하며 마녀사냥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 윌리엄은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을 조심해라. 그런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자기 대신 죽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제자 아드소에게 말합니다.

  강마을의 봄볕은 참으로 따사롭습니다. 논둑마다 푸른 풀이 무성합니다. 그 풀들 사이로 개구리가 뛰고 나비가 날아오르고 흙덩이를 건드리면 지렁이가 보입니다. 모두 싱그러운 봄의 향연에 동참하는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2009

<약력>
이선애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졸업
경남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계간 <에세이문예> (2009) 수필 등단
한국에세이작가상 (2012)
제5회 민들레 수필문학상 (2015)
문학신문사 작가상 (2017)
수필집 『강마을 편지』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현재 경남 의령 지정중학교 교사

이선애(대학원 교육학과(교과교육)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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