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사회
내가 원하는 사회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4.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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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하는 삶과 사회는 외모지상주의가 없는 사회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특히나 예전 사진들을 보면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사진에 포토샵을 심하게 해서 그 사진 속의 사람이 나인지도 모르겠는 사진들이 많아서 부끄러울 지경이다. 고등학교, 그 이후 대학교를 입학하고 새내기 무렵까지만 해도 나는 내 외모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게 외모 콤플렉스가 생긴 건 아마 성인이 되고 나서 나 자신을 ‘여자’라고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여중, 여고에서 사춘기를 보낸 나는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남자들에게 (또는 여자들에게) 외모 평가를 당했다. “너는 살을 조금만 더 빼면 예쁘겠다, 웃을 때 잇몸이 안 보이면 더 예쁘겠다.” 눈이 어떻네, 얼굴형이 어떻네 하는 등 농담처럼 진담으로 건네는 말들을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이 아닌 사회가 강요하는 미적 기준에 충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기관리’ 혹은 ‘자기만족’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혹은 내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예뻐하는 게 더 중요하고 그러한 시선을 위해서 내 스타일이 아닌 옷을 입고 불편한 액세서리 등을 걸치기도 했다. 이렇게 타인의 기준이 쌓이고 쌓여서 내가 ‘못생긴’ 나를 미워하고 다른 사람, 즉 사진 속의 인물이 되고 싶어 했던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절이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는데, 미디어나 사회에서 강요하는 여성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아이돌부터 시작해서 뷰티 유튜버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외모란 당연히 가꾸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외모를 가꾸지 않는다면 자기관리를 잘하지 않는다는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한 시선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신 스스로가 깨닫고 그런 사회적 기준에서부터 벗어나려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것의 일환으로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코르셋이란 흉부를 압박하는 보정 속옷을 뜻하는데, ‘탈코르셋’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예쁘게’ 혹은 ‘여성스럽게’ 꾸미는 것을 거부하는 여성주의 운동이다. 2015년부터 미투운동 등 20대 여성 위주의 2세대 여성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탈코운동’이라는 말도 널리 쓰이게 되었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조사한 ‘현대카드 매출 기록’에 따르면 화장품, 미용실, 성형외과 등 ‘꾸밈’과 관련된 업종에서 20대 여성의 매출이 꾸준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2015년 하반기~2016년 상반기→2017년 하~2018년 상 -644억 원 감소) 자동차(같은 시기, +4008억 원)와 소프트웨어 개발(+3937억 원) 등의 영역에서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성들의 소비 패턴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여성 성역할에 도전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러한 운동에 힘입어, 나부터 조금씩 사회가 강요하는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며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많은 여성이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 나 또한 이런 외모에 대한 집착을 온전히 버리진 못했다. 아직까지 외출을 할 땐 화장을 하고, 전에 입던 옷이 살이 쪄서 잘 맞지 않으면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살을 빼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생각들을 나를 비롯한 여성들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사회에서 요구당하고 억압받았는지, 미디어에서 강요하는 여성성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얼마나 옥죄었는지를 스스로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신을 대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 자체로의 나’를 사랑해야 하며 남의 눈요깃거리로 나 자신을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더 이상 외모 평가가 칭찬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너 전보다 예뻐졌다, 살이 빠졌다.”라는 등의 말이 인사치레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칭찬도 외모 강박을 일으키는 평가의 일종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누군가를 외모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한 미의 기준을 재생산하는 것과 같다. 우리를 이렇게 만든 사회구조와 미디어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함께 주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강수현(국제무역물류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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