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속에 악마가 살고 있다
[사설] 우리 속에 악마가 살고 있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4.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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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박사방 성 스캔들, 그리고 4 15 총선

  몇 달째 코로나19로 인해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한국전쟁의 참상을 경험하지 못한채 ‘전쟁’ 운운하는 것이 과할 수도 있지만, 체감지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다소 수그러든 듯하지만 혼돈과 상실감은 여전하다.

  문제는 인간으로서 어쩌지 못하는 자연재해나 불가항력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잦은 구설과 심지어 자화자찬식 평가, 주무 장관의 지속적인 ‘외계인’ 같은 발언들이 시민들에게 비수로 꽂히는 것이다. 공감 능력의 부재가 말도 안 되는 오만에 근거할 때 우리의 심정은 더 비참해진다.

  이 와중에 특이한, 그러나 처참한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n-번방 사건 혹은 박사방 성착취 사건은 충격적이다. 25세의 어리다면 어린 청년의 표정에서, 이에 놀아난 한국 사회의 지배층들의 어처구니없는 민낯 속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경찰서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은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 특이한 표정에서 나오는 감사, 이는 무엇이고 누구에게인가? 스스로 악마임을 고백한 어린 인간의 감사,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코로나 사태, 경제 위기, 박사방 성 착취 스캔들의 배경 속에 4 15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의 전조가 될 가능성은 제로로 보인다. 이 판도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4+1 선거법’ 개정을 정치 개혁의 이름으로 밀어붙였던 그 정치가들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신뢰할만한 인물이 도무지 정치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집권 여당, 보수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비례당은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 했고 미래통합당의 ‘의원꿔주기’에 대해선 고발까지 했던 이해찬 대표나 칩거와 단식을 반복하던 교수 출신 손학규 등도 그들의 타도 대상과 꼭 같다. 야당 대표 황교안과 김종인의 결합 역시 권모술수의 막장 드라마 같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의 서글픈 시절에 누구를 탓할 것인가? 우리 속에 악마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대편이 아니라 ‘자신이나 자기 패거리’ 속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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