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블랙홀은 빛인가! 또 다른 공포의 대상인가
[한마 아고라] 블랙홀은 빛인가! 또 다른 공포의 대상인가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4.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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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이 땅의 찬란한 봄날은 오지 않았다.”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에서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게 인간의 오래된 즉흥만큼 세속적 가치관을 만들었다.

  ‘코로나19’ 또한 블랙홀처럼 한줌의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인류의 무지와 기존의 질서를 흔들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음 세상을 위한 새 봄의 대지에 씨앗 한 톨을 흙 속에 묻었다. 흙 속에 묻은 씨앗 한 톨은 감성을 키우고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우주의 끝에 존재하는 블랙홀의 빅뱅(Bigbang)에서 탈출했다. 그 씨앗은 땅속에서 발아하고 땅위에서 힘들게 정착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꽃처럼 살아야 한다.

  1980년대, 20대 중반의 청년인 나는 그렇게 흔들리는 꽃처럼 살았다.

  오늘 나는 분단의 아픔과 독재의 압제가 극한 상황으로 치달은 1980년대, 그때 어디에 있었던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뒤돌아본다.

  대학의 본질인 상아탑의 진리는 늘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이데아가 아니라 동시대의 차가운 인식의 범주를 논리적 사유로 증명하고 실천하는 젊은이기를 바랬다.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은 공포의 대상이었고 내가 속한 대학의 세계는 차갑고 어두웠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전두환 독재정권에 저항하면서 시대의 격랑에 청춘을 던졌다. 동시대의 젊은이들은 피가 끓었고 놀라울 정도로 모두가 하나 되어 독재 타도를 외쳤다.

  그때 나는 지금의 제일여고 인근에서 방을 얻어 주로 생활했고 밥은 그 때 그 때 식당에서 대충 사 먹기도 하고 주위의 친구 집에서 조금의 염치 있는 넉살로 해결했다.

  지금 뒤돌아보니 학문의 깊이는 얕고 남루했지만 공부 바깥에서는 늘 고민하고 정진하는 자세로 사회과학 서적을 읽었고 참 많은 인생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경쟁의 원리가 작동하는 자기 밥그릇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증명할 필요가 덜 했기에 요즘처럼 세상 끝까지 내몰린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삶의 터전을 공유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살아오면서 삶의 현장을 따라갈 수 없는 동정이라는 말이 범람했다. 그때를 뒤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바라보니 그 인식의 자아는 삭막하고 부끄럽다.

  세상을 바라보는 힘의 원천은 인간의 보편성을 뛰어넘는 세상의 상처를 대면해야 보이는 법인데 나는 늘 주변부에서 스스로의 상처를 직시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시대의 아픔에 응답했던 전태일 열사의 칼날 같은 준엄의 가치조차 무심하게 받아들였다. 그 어떤 사람도 미워하지 않았던 전태일 열사는 끝이 보이지 않았던 유신독재의 엄혹한 블랙홀의 벼랑 끝에서 한줌의 빛을 밝혔고, 평화시장에서의 그의 마지막 절규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였다. 한국 현대사는 그가 남긴 길에서 우리 모두에게 화두를 던졌다. 잉여의 법칙에 눈을 돌릴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의 높은 공감으로 분배에 눈을 돌릴 것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자본주의의 본질인 시장논리는 늘 가난한 자의 숙명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다 대학 졸업의 문턱에 왔을 때 비로소 미래의 꿈이 취직이라는 현실과 접목하면서 청춘에 관한 맹렬한 투지는 사라지고 적당히 몸을 사리면서 두 손 모아 빌지 않아도 첫 눈이 대지를 포근하게 감싼다는 자연의 섭리를 세상 살아가는 방편으로 합리화시켰다.

  어쩌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존엄성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블랙홀의 끝에 있다면, 동시대의 청춘은 두 눈 부릅뜨고 끈질기게 블랙홀의 끝에서 전태일을 만나는 일이다.

  여러분은 청년 전태일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고인이 된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차재문(경제학과 졸업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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