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조건 없는 사랑을 행사하는 당신께
[월영지] 조건 없는 사랑을 행사하는 당신께
  • 박예빈 기자
  • 승인 2020.04.01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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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합격부터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순간까지 우리는 남몰래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제발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이 한 마디에 간절함을 끌어 담는다. 급박한 순간에 인간은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힘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를 ‘종교’라고 부른다. 종교는 인간이 정신적으로 안정되게 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찾게 한다.

  중세 유럽은 국가가 공인한 국교(國敎) 이외 다른 종교는 허용하지 않았다. 모든 국민이 같은 신앙을 가져야 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종교의 자유는 엄청난 투쟁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이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대한민국 헌법 20조 1항에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서 정의하는 자유는 신앙, 행위, 집회, 선교의 자유 전부를 포함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선택 후 배울 수 있고 무(無)교를 지향할 수 있다.

  자유 속에서 새로운 종교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중 자유를 방패막이로 삼고 활개 치는 ‘사이비 종교’가 생겨났다. 사이비(似而非)란 문자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비슷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이다. 겉은 같아 보이나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는 의미를 가진다. 사이비 종교는 반윤리적 행위를 일삼고 우리 사회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허황된 교리와 반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이 신앙을 믿는 신도는 놀랍게도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국내 사이비 종교 시초는 ‘백백교’이다. 백백교는 1930년에서 1940년대 일제강점기에 성행했던 종교로 백도교를 창시한 전정운의 아들 전용해가 교주였다. 백백교 가입을 위해 남성들은 전 재산을 바쳤고 여성들은 성 상납을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입에도 많은 사람이 백백교를 믿고 전용해를 따랐다. 전용해는 자신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반기를 들거나 불만을 표출하면 그 사람들을 전부 죽이기까지 했다. 이 외에도 은혜로교회, 영세교, 오대양 등 다양한 사이비 종교가 끊이지 않고 생겼다.

  우리나라는 별난 종교들이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굳건한 믿음으로 교주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하는 종교에 우리는 자유를 인정해야 할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종교의 자유 보장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가 화두에 올랐다. 국가 재난 사태에 정부는 집단예배를 금지했지만 몇몇 신도들은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전염병으로 모두가 고생해도 신의 보살핌으로 피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믿음을 가졌다. 삐뚤어진 신앙은 막을 길이 없었고 눈앞에 닥친 위험을 깨닫지 못하게 했다.

  나는 누군가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삶이 더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털어놓게 하고 조금은 웃음 짓게 만들어주는 신앙은 반갑다. 그러나 종교가 가진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믿음이 과해져 자신의 삶을 전부 종교에 넘겨버리는 사람이 몇몇 보인다. 그들은 교주를 신격화하고 무조건적인 믿음을 행사한다. 그러나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보다 우선시되는 종교는 없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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