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3.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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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내 약점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 날은 평생 잊지 못할 내 삶에서 가장 빛났던 날이었다. 고등학교 때 ‘나의 꿈 말하기 대회’라는 교내 대회가 있었다. 나는 이 대회에서 내 꿈의 동기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나의 노력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내도록 현재 자신의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나의 짧은 이야기가 희망이 되길 소망했다. 사실 이 대회를 나가기 전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내 꿈의 동기를 이야기하려면 나의 약점에 대해 말해야 했기 때문이었는데 나는 나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용기 덕분에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드러내기까지 망설였던 나의 약점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의 집안 형편이었다. 8년 전, 아버지께서 가족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신 이후로 우리 집은 학교 급식비조차 내기 힘들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잦은 다툼 속에서 나는 매일 괴로워했고 중학교 입학 후 교복, 교과서 등 갑자기 내게 드는 돈이 많아지자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자신감 넘치고 밝던 나는 어느 순간 말 없고 어두운 아이로 변해 있었고, 나만 없으면 우리 가족이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 번 나쁜 생각까지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내려다 본 1층이 마치 떨어지면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은 꽃밭으로 보이던 때였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나의 약점, 괴롭고 아프고, 추웠던, 그렇게 힘들었던 시절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준 것은 중학생 시절 ‘합주부’ 활동이었다. 음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 나는 평소 좋아하던 ‘음악’과 힘들었던 시기에 관심을 갖게 된 ‘심리치료’를 융합한 ‘음악치료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내가 음악치료사라는 꿈을 꾸게 된 동기를 말한 후, 꿈을 이루기 위해 그 당시 노력했던 여러 가지 활동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얼마 전 어떤 플룻 앙상블단체 대표님으로부터 청소년 앙상블 입단 제의가 들어와 내일부터 활동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는 강당이 떠나갈 정도로 큰 박수를 받았다. 발표 도중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받은 박수라 깜짝 놀랐지만 그 순간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박수는 처음 받아보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혹 또 다른 환경, 혹은 또 다른 문제들로 인해 어둡고 추운 터널을 지나는 친구들에게 그 터널의 끝은 분명 환하게 빛나고 있을 것이라고 당부하며 발표를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무대를 내려오는데 여기저기서 울고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만 다녀서 이런 아픔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오히려 너의 그 이야기에 힘을 얻고 위로를 얻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하기 위해 찾아왔다. 심지어 모르는 학생에게 요즘 꿈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내 발표를 듣고 끝까지 노력해보려고 한다는 진심이 가득 담긴 감사의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약한 모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나의 작은 용기가 다른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한동안 학교는 내 이야기로 떠들썩했고 내 글은 교지에도 실리게 됐다.

  나는 500명이 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나의 어두운 부분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의 꿈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고, 힘을 받은 사람들의 응원으로 나도 다시 힘을 얻었다. 현재 우리 집 상황은 예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졌다. 하지만 더 나빠진 상황도 나를 쓰러뜨리지는 못한다. 이제는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예전처럼 좌절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해낸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나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 자, 이제는 내가 받은 힘을 다시 돌려줄 차례다. 지금 이 순간, 여전히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반짝반짝 빛날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한 번 더 전해본다.

박예리(음악교육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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