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설렘보단 두려움으로 찍은 시작점
[월영지] 설렘보단 두려움으로 찍은 시작점
  • 박예빈 기자
  • 승인 2020.03.18 15: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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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눈에 띄는 일을 싫어한다. 어린 시절, 담임선생님 눈에 잘 보이는 앞은 내가 기피하는 곳이었다. 좋게 말하면 나서는 ‘소수’가 아닌 지켜보는 ‘다수’를 선호하는 쪽이었다. 나쁘게 표현하면 용기가 없었다. 학보사 수습기자 지원도 나에겐 큰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용기 내서 들어온 학보사 생활은 정신없이 바빴다. 바쁨이 몸에 익어가니 어느 순간 ‘편집국장’이 되어 있었다. 내가 편집국장이라니 누가 들으면 비웃을까 겁난다.

  편집국장이 된 이후로 싱숭생숭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장이 되었다는 설렘보단 걱정이 밤잠을 설치게 했다. 주위에선 ‘네가 국장이라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소심한 성격과 나서지 못하는 태도, 전부 다 국장과 어울리지 않는 나였다. 그래도 맡은 직책을 책임감 없이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잘 이끌어 가보고 싶은 마음에 계획을 하나둘 세워 보았다.

  하지만 계획에 없던 일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코로나19 때문에 개강이 2주 미뤄지고 자연스레 학사 일정도 밀렸다. 밀린 학사 일정은 학보 발간에도 차질을 주었다. 늦춰진 개강에 맞춰 학보가 발간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가 삐끗하니 전체가 흔들렸다. 겨우 발간 일정을 맞췄는데 개강하고 2주 동안 원격강의로 대체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원격강의가 학보사에 문제를 주진 않았지만, 캠퍼스에서 학우들 없는 쓸쓸한 시작이 마음에 걸렸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예측할 수 없단 점이다. 혹시라도 준비된 특집들이 없어질까 봐 마음 졸이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누구나 시작이 좋지 않으면 찜찜한 법이다. ‘어디 가서 굿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속은 타들어 갔다. 이런 내 맘도 모른 채 학보사 안과 밖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화나고 해탈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어려운 일이 겹칠수록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웠다. 그중 가장 큰 깨달음은 국장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였다. 직접 체감하니 습관적으로 한숨 쉬는 버릇이 생겼다. 결정 하나에도 머리가 지끈거렸고 항상 선두로 나서는 일은 부담이었다. 학보에 대한 책임감도 예전보다 커졌다. 잘못된 부분을 끄집어내 줄 사람이 없기에 봤던 부분을 반복해서 봐야 했다. 그리고 내 글이 아닌 다른 기자의 글을 보는 데 힘과 시간을 더 쏟았다. 학보 전체에 신경을 써야 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3월 18일 자 학보를 기점으로 새로운 학보사가 시작된다. 완벽하진 못해도 한 자 한 자 공들여 만들었다. 첫 월영지부터 힘든 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앞으로 겪을 힘든 일이 더 많다는 걸 아는데 말이다. 물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보사가 한층 더 성장할 것도 안다. 그 성장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된다. ‘어떡해야죠?’라는 물음에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도 슬기로운 해답을 가진 국장이 되어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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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20-03-18 15:41:22
박예빈 기자님의 기사를 봐오던 독자로서 박기자님은 국장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기사를 쓰기 위한 박기자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독자들을 위해 항상 발로 뛰시고 학보사 안팎으로 노력하는 박기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코로나 19를 비롯해 더 이상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무난한 학보 발간이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박예빈 국장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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