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구인난과 구직난의 경계에서
[한마 아고라] 구인난과 구직난의 경계에서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12.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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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발코니가 널찍한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가끔 아내와 분갈이를 한다. 새 화분에 흙과 거름을 담고 뿌리가 드러난 식물을 조심스럽게 옮기면서 잔뿌리들에 눈이 간다. 제법 큰 나무들도 굵은 뿌리는 얼마 안 되고 마치 모세 혈관 같은 잔뿌리가 사방으로 뻗어서 나무에게 생명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좁고 작은 화분 안에서 저 잔잔한 뿌리들이 쉼 없이 물과 영양분을 가지의 끝, 잎까지 전하여 푸르고 아름다운 초록과 아름다운 꽃,  작은 열매들을 선물해 준 것이었다.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일이 마치 자전거 운전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전거를 제아무리 잘 타더라도 자전거를 굴러가게 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끊임없이 페달을 밟는 길 뿐이다. 중소기업 운영자는 마치 자전거 운전자처럼 기업 운영을 위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시도해야 하고 멈추지 못한다. 작은 기업 하나 운영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비용과 도전이 필요한지 모른다. 사람들이 보는 CEO라는 그럴 듯한 명함 뒤에는 이런 그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견디고 버티는 힘은 나 스스로와 가족, 내 회사를 위한다는 의무감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절대적인 힘이 바로 중소기업에 있고 작은 역할이나마 사회를 위해 기여한다는 보람도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이런 가치와 보람을 요구하는 일이 지극히 어렵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세대가 다르고 성장의 배경이 다르니 이들에게 우리 세대의 사고를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좀 현실적인 측면에서 따져보면 할 말이 많다. 실제적으로 취업을 앞두고 자신의 특기라 할 만한 어떤 것도 갖추지 못한 채 막연하게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꿈꾸며 시간만 축내고 있거나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는 것을 보면 앞 세대의 선배로, 또 그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비애를 느낀다.

  현실이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쉽지 않다. 따지고 보면 지난 시간들을 모두 좋은 시절이었고 현재는 언제나 어렵지 않았는가. 언제나 지금 맞닥뜨린 현실은 냉정하고 어렵다. 하지만 그 일이 진짜로 어려운 일이라서가 아니라 현재 내 앞에 있는 일이고 체감되므로 힘들 수도 있다. 물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미안함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탓하고만 있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젊은 시절에는 건강과 시간이 가진 것의 전부였고 그것이 무한정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 시간과 건강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것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러므로 그것을 아끼라고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신만의 특기를 가지기를 권한다. 이전과 달리 사회 통념으로 정해진 것만이 아니라 많은 선택과 진로가 젊은이들 앞에 있다는 것은 가능성이자 희망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흥미롭게 모색해야 한다. 그것으로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고 자기  분야를 개척해 가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꿈과 희망, 사명감 이렇게 낡고 고루해 보이는 말들이 사실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을 부디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알기를 바란다. 이것이 고루하다고 느껴진다면 부디 현실적으로 똑똑하게 따져 보기를 바란다. 그래도 답은 똑같을 것이다.

  구인난과 구직난의 아찔한 경계에서 오늘의 청춘들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왜 한결같이 똑같은 방법으로 줄을 서서 삶을 선택해야하는가, 대기업 사원으로 입사했다가 중소기업 운영자가 되어서 젊은이들이 서있는 한 줄이 전부가 아님을 온몸으로 깨달은 선배의 조언이 부디 젊은 세대의 귀에까지 가닿고 마음을 움직이며 마침내는 행동으로 옮겨져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 실뿌리들의 성장에 응원을 보낸다.

김재교(전기공학과 졸업, (주)엘케이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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