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응답하라 레트로
7080 응답하라 레트로
  • 강화영 기자
  • 승인 2019.12.04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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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과거에 단종되었던 제품들이 다시 재조명을 받는다. 재조명되는 제품은 재고가 다 소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렇듯 옛날을 생각나게 하는 패션, 음악, 마케팅이 끊임없이 나와 우리를 자극한다. 우리는 이를 복고풍 또는 레트로(Retro)라고 부른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레트로 문화에는 무엇이 있을까? 칼바람 부는 겨울, 따뜻한 옛 추억으로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녹여보자. / 문화부

  단종된 오리온 과자 배배가 소비자들의 많은 요청으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배배는 판매 즉시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다. 최근 배배 뿐 아니라 롯데리아 라이스 버거 등이 재출시되면서 옛날 제품을 사 먹으려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옛날 감성을 일깨워주는 레트로는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어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게 해준다.

Back 투 더 퓨처

  레트로란 추억이라는 뜻으로 영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과거 추억이나 전통 등을 그리워해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성향을 말한다. 즉, 과거의 유행이 다시부상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단어는 패션, 인테리어, 대중음악 분야에서 주로 사용된다.

  1970년대 당시 레트로는 ‘뒤로’라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패션과 음악, 디자인등에 빈번하게 쓰이면서 하나의 신조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레트로 패션에는 무엇이 있을까? 레트로 패션은 디자이너 입생로랑이 1940년대 패션을 재현시키면서 시작되었다. 그 시절부터 레트로 룩이 패션의 한 장르가 되었다. 레트로풍 시계, 신발 등으로 패션은 점점 다양해졌다. 우리나라의 Fila도 위기 속에서 출시한 빅로고 티셔츠로 다시 인기 브랜드로 반열에 올랐다.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복고풍 티셔츠가 소비자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와 레트로

  배배, 무학소주, 델몬트 등은 단종된 제품을 다시 출시했다. 옛날과 같은 제품의 모양은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을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이런 눈에 보이는 레트로가 아닌 대중문화에서도 레트로를 찾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옛날 가수들의 무대영상이 올라온다. 영상 속에는 H.O.T, 핑클, 이정현 등 추억 속의 가수들이 등장한다. 실시간으로 스트리밍을 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온라인 댓글창도 마련되어 소통이 가능하다.

  복고현상은 사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요즘 사진관에서 복고풍 옷을 입고 사진찍기가 유행이다. 배경도 그 시절과 동일하게 만들어 사진만 보면 완벽히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복고 퀴즈나 레트로 특집 등으로 다양하게 레트로를 보여준다.

  레트로 현상은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그때 그 시절을 다시 회상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현상으로 되돌아왔다. 레트로에 열광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삶이 힘들거나 고단하면 행복한 과거를 회상하려는 소망으로 보인다. 과거와는 다르게 현대 사회는 아주 빠르게 변화해간다. 이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사람은 치열하게 노력하며 산다. 이러한 팍팍한 현실이 사람들을 더욱더 레트로 감성에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살짝 얹은 새로움, 뉴트로

  단지 옛 추억으로 행복해하는 30~40대 때문에 ‘레트로’가 화제가 되었을까? 레트로에 큰불을 지른 연령층은 현재 문화를 이끄는 10~20대이다. 이 세대는 각자의 개성을 표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문화를 소비한다. 그래서 그들은 오리지널 복고가 아닌 재해석을 하면서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뉴트로(New-tro)에 더 열광한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레트로(Retro)가 합쳐진 합성어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많은 변화를 거쳤다. 옛날 물건이 그리워도 지금과 바꾸겠냐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바꾸지 못한다. 옛것에 묻은 그리움 때문에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트로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력을 더해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레트로가 촌스러운 복고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하는 이유다.

  작년 겨울, 우리나라에서 전설의 록 밴드 ‘퀸(Queen)’을 소재로 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유행했다. 영화가 흥행했던 이유도 레트로와 뉴트로 때문이다. 퀸을 아는 중장년층은 그 시절을 생각하며 향수에 젖었고 청년들은 퀸이라는 새로운 밴드를 만나게 된다. 익숙히 들어온 노래 주인의 일대기는 그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 한국 가수 중에는 JTBC 예능프로 ‘비긴 어게인3’ 통해서 박정현이 부른 노래 ‘My Way’가 대표적이다.

  기술력과 옛 감성이 합쳐진 뉴트로는 일상생활 여기저기 녹아 스며들었다. SNS로 자신을 표현하는 요즘, 일상을 찍어 올리는 사람이 늘어났다. SNS 사용 증가는 많은 카페에 포토존을 만들었다. 그중 인스타 감성을 내세운 옛날 분위기를 풍기는 빈티지 카페가 인기를 끈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 느낌으로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한 앱이 나온 지 오래다. 이렇게 뉴트로는 과거 감성이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도록 만들어 주었다.

  각 세대는 빠른 변화와 무관심 속에서 서로를 외면한다. 지금은 ‘세대 간 갈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단절된 모습이다. 이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레트로’라는 공통분모가 생겼다. 레트로는 금방 식어버릴 유행이 아닌 이어지는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이 열풍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도록 하나의 끈을 만들어 주었다.

박예빈·강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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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9-12-09 18:31:05
문화부의 글은 항상 새로워서 좋습니다! 볼 때마다 흥미롭게 보게 됩니다. 이번 레트로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특히 PDF판과 증명사진 보면서 현웃 터졌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흥미로운 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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