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20만 명의 세대를 ‘베이비부머’라 한다. 그 세대가 직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중에서 정년이 가장 오래 보장되는 65세 대학교수 그룹 역시 내년부터 대학에서 물러난다. 65세면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으로 분류된다. 베이비부머가 법정 노인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젊은 세대는 베이비부머와 소통이 되지 않을 때 거침없이 ‘꼰대’(꼰데)라 부른다. 원래 꼰대는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이 쓰던 은어’였다. 근래부터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이다. 어느새 베이비부머가 꼰대의 핵심세대가 됐다.
그건 당신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쩌면 자업자득이다. 베이비부머 역시 윗세대를 꼰대라 불렀다. 그 은어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베이비부머와 자식, 손자 세대와는 소통의 말이 다르다. 젊은 친구들은 간단명료한 화법을 쓰는데 비해, 꼰대의 잔소리는 ‘설명蟲(충)’으로 비유된다. 아예 설명하는 벌레로 취급한다.
‘인싸’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 그 반대말이 ‘아싸’다. 가수 김흥국의 노래 ‘호랑나비’에 나오는 감탄사 ‘아싸’가 아니다. ‘아웃사이더’로 ‘테두리 밖에 있는 자’다. 젊은 친구들이 ‘인싸’를 이루고 있다면 베이비부머는 그 밖에서 빙빙 도는 ‘아싸’인 것이다.
인싸나 아싸 중에서 최고 급수에는 ‘핵~’이란 접두사를 붙인다. ‘핵인싸’는 인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친구며, ‘핵아싸’는 쉽게 말하자면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인간 벽이’라는 뜻이다.
외국에도 ‘꼰대’라는 말이 있다 ‘오케이 부머’와 일맥상통한다. 해석하자면 ‘됐어요, 베이비부머’라는 뜻이다. 이달 초 뉴질랜드 의회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법안을 연설하던 20대 여성인 녹색당 의원이 나이 든 동료 의원들이 야유를 하자 ‘오케이 부머!’라고 비수를 날렸다. 의회는 이내 조용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싸 중에 최상급의 아싸가 모여 있는 집단이 ‘국회’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금배지를 단 의원들이, 선거철이 돌아오자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잡기 위해 핵아싸로 돌변하고 있다.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그런 ‘오케이 부머’나 ‘꼰대’를 투표로 청산해야 한다.
젊은 피가 수혈돼 국회에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인싸의 출현을, 나 역시 아싸지만 간절히 기대해본다. 오랜 무지로 귀가 먹은, 그러면서 권력과 금력을 쥔 아싸를 밀레니엄 세대만이 ‘청산角(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법’이다.
시인·석좌교수